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전무)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지금까지 제기한 삼성 관련 의혹은 크게 3가지다.
삼성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ㆍ관리하고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로 검찰 국세청 재경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했으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사고 팔아 이재용 상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편법을 저질렀다는 것 등이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차명계좌 말고는 구체적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1)"임직원 1000여명 차명계좌로 비자금 조성·관리"
"회사와 무관… 입출금 내역 조사로 용처 드러날 것"
김 변호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나를 비롯한 임원 1,000여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위 임원, 재무 관련 인사 등 핵심 인사들은 차명계좌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회사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승리의 징표이자 훈장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차명계좌를 가진 일부 임원들의 명단도 갖고 있으며, 이는 실정법 위반"이라며 검찰 등 공적기관을 통한 사실규명을 요구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내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나도 모르는 삼성 비자금 50억원이 들어 있었다"며 "삼성의 모든 계열사, 심지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에서도 수십 억원씩 비자금을 조성한다"고 폭로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차명계좌는 과거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동료의 개인 재산으로,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 동료가 김 변호사의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해 사용했으며, 김 변호사는 퇴직 후에도 매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 받아 대신 납부해 왔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또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을 비자금과 동일시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지금 당장 해당 계좌의 구체적 입출금 내역을 조사하면 그 쓰임새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검찰·국세청 등 로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
"李회장 생각 비서팀서 정리$ 폐기된 것도 많아"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로 옛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검찰과 국세청 등 사회지도층에 명절 떡값 등 정기적으로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 추석 여름휴가 등 1년에 3번 이상 500만원이 넘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돌렸다"며 "이 가운데는 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도 여럿 있다"고 폭로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삼성 재직 시절 검찰 인사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내 업무였으며, 불법 로비는 기본이었다"며 "40여 명의 검찰 인사에게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줬고, 구조본이 검찰 관리에만 1년에 10억원 정도를 썼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은 삼성의 작은 조직에 불과하다"며 "국세청 재경부는 그 규모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특히 삼성의 이 같은 전방위 로비기 이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그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문건에는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호텔 할인권)을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줬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등 구체적인 로비방법이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판검사를 상대로 떡값, 휴가비 등을 돌린 적은 결코 없으며, 김 변호사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며 " '회장 지시 사항' 문건이 있긴 하지만 로비 지침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문건의 대부분은 국제경제동향, 제품 개발 등에 관한 사안으로, 와인이나 호텔 할인권을 줬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것"이라며 "회장의 관심사와 생각을 비서팀에서 정리한 것일 뿐, 실제 실행되지도 않고 중간에 폐기된 것도 많다"고 밝혔다.
(3)"에버랜드 CB 헐값배정 재판·수사 때 진술 조작"
"1·2심 모두 혐의 인정… 증언·증거 조작 이유 없어"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과 관련, 당시 증인과 증언이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 사건 당시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이었던 그는 앞서 "편법 증여를 주도한 이학수 구조본 부회장 대신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이 혐의를 받도록 시나리오를 짜고 삼성 본관에 검찰조사실을 그대로 본뜬 연습실까지 만들어 사전 연습까지 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김 변호사는 삼성 측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의혹으로 기소됐을 때 담당 재판부에 30억원을 건네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전ㆍ현직 사장들은 에버랜드 1, 2심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인ㅗ煞?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증언이나 증거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또 "기업 법무실은 기업 활동과 관련해 법률적 논란이 일어나 형사고발이 되면 법률적 쟁점과 증거를 분석해 법정에서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며 "김 변호사는 도대체 어떤 증인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밝히라"고 반박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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