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내전 위기에 빠져들고있다.
특히 핵무기를 가진 파키스탄이 내전이나 무정부상태에 빠질 경우, 자칫하면 주변국까지 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큰 걱정거리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즉시 수백명을 구금하고 군대를 동원, 언로까지 틀어막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초법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5일 파키스탄 곳곳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하는 반 무샤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라호르의 고등법원 앞에서는 2,000여명의 변호사들이 “무샤라프는 가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과 충돌, 여러 명이 부상했다. 카라치에서도 법원 진입을 시도하던 변호사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발생, 50여명이 연행됐다.
이슬라마바드 인근의 군사도시인 라왈핀디 법원에서는 5, 6명의 변호사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으나 경찰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전날 파키스탄 종교 야당 중 하나인 ‘자마트 에 이슬람’을 이끌고 있는 카지 후세인 아메드는 라호르에서 2만여명의 지지자들에게 “독재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리로 나가자”고 연설했다.
이미 파키스탄에선 국영 방송 한 곳을 제외한 모든 방송의 송출이 중단되고 법원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다. 하지만 군인들이 거리를 점거한 상황에서도 반정부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날 한 파키스탄 고위 관리가 “상황이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무샤라프가 ▦대규모 민중 봉기 ▦군대의 무샤라프에 대한 환멸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 증가 등 3가지 커다란 위협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무슬림연맹을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도 “무샤라프가 개인 목적을 위해 전 국민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파키스탄이 무정부상태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도움으로 무샤라프 대통령과 총리직을 나눠 갖는 형태의 권력 분점 협상을 벌여 왔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단 이번 일로 무샤라프와의 협상이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무샤라프가 즉각 헌정질서를 원래대로 복구하고 독립적 선거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총선을 치르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애매하게 답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부토가 이처럼 줄타기를 계속할 경우 ‘독재의 피해자’이자 ‘민주주의 투사’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비상사태가 계속되고 내년 1월 총선이 확실히 연기될 경우 부토도 결국 협상을 완전히 포기하고 반 무샤라프 전선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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