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날파리 같은 것이 날아다녀요.”
40대 중반인 김모씨는 최근 날파리 같은 작은 물체가 눈 앞에 떠다니는 현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날파리증(비문증ㆍ飛蚊症)이라는 병이었다.
날파리증은 중년 이후 별다른 원인 없이 노화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20~30대 젊은 환자들도 늘고 있다.
증세도 사람에 따라 ▦눈 앞에 까만 연기가 피어 오른다 ▦까만 점이 둥둥 떠다닌다 ▦거미줄이 보인다 등 다양하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는 “날파리증은 대체로 40세가 넘으면 나타나기 시작해 50, 60대에서 가장 많다”며 “근시가 심한 사람은 20, 30대에도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는 밤낮을 바꿔 피곤하게 생활하고, 고도 근시인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유리체가 흐려져 생겨
날파리증은 유리체(초자체) 혼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어른 눈은 탁구공과 비슷하게 생겼다. 안구 모양을 동그랗게 유지해 주는 것은 유리체라는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눈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유리체가 중요한 이유는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눈 속 신경막(망막)에 상을 맺어 사물을 보려면 빛이 망막 바로 앞에 있는 투명한 유리체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유리체가 흐려지면 날파리증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유리체가 젤 성분의 수분과 섬유질로 분해돼 섬유질끼리 엉겨 붙으면서 흐려진다. 또 섬유질이 망막에서 분리돼 수분 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이 때 섬유질의 그림자가 망막에 비치면 날파리증이 나타난다.
이 밖에 눈 속에 염증이나 출혈이 생겨도 날파리증에 걸린다. 이는 투명한 유리체에 염증세포가 생기거나 혈액이 흘러 들어가 유리체를 흐리게 만들기 때문. 또 백내장이 있으면 백내장에 가려서 증세를 느끼지 못하다 백내장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뒤 느끼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모기, 거미줄, 구름 등 갖가지 형태로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보일 수 있다. 또 모양이 변하기도 하고 크기가 더 커지기도 한다. 때로는 눈을 감아도 나타나기도 하며 여러 방향으로 사물을 볼 때 따라 다니면서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배경으로 볼 때 검은색 날파리가 더 잘 보인다.
날파리증이 나타나면서 항상 시야의 고정된 자리를 가리거나 시력이 저하되면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날파리증 환자는 노화가 원인일 때는 검은 점이, 출혈이 원인이면 검은 먹구름이나 빨간 띠 등이 떠다닌다고 말하기도 한다. 안과에선 망막 부위를 정밀 촬영해 망막이나 유리체에 큰 질환이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 심각하면 실명할 수도
떠다니는 물체의 수나 크기가 여러 달 동안 크게 변하지 않으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는 노화 때문에 생긴 질환이므로 참고 지낼 수 밖에 없다. 예민한 사람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신경에 거슬려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리체 혼탁이 점차 옅어지며 환자 스스로 적응하게 된다.
드물게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편하면 유리체를 절개해 문제 부위를 수술을 통해 제거하면 된다. 날파리증 때문에 시력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날파리가 갑자기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눈 속에 번갯불이 번쩍이는 증세가 있거나 눈앞에 커튼을 가린 것처럼 물체가 잘 안 보이면 눈 속에 심각한 질환이 생겼다는 경보이므로 바로 안과를 찾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 질환이 눈 속에 붙은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하기도 한다.
망막박리는 시신경층이 안구에서 떨어져 나와 시력을 잃게 만드는 심각한 질병으로, 갑자기 새로운 날파리 증상이 생기거나 눈 속에서 번갯불처럼 번쩍이는 현상을 느끼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눈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증상은 편두통이 있을 때도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김중곤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각종 혈액질환, 신장질환 등이 있을 때 날파리증이 생기면 눈 속 혈관이 터졌을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시가 심한 사람에게 날파리증이 나타나면 망막 부위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일 수 있으므로 빨리 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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