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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측 "이회창, 레드라인 넘었다" 공세 급선회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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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이회창 전 총재에게 16대 대선 자금 잔금 내역과 사용처의 공개를 요구한 것은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 전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나 다름 없다.

두 번의 대선 실패 이후 측근들을 줄줄이 감옥에 보내야 했던 이 전 총재에게 가장 아킬레스건인 16대 대선 자금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당시 재벌들에게 돈을 실은 차량을 통째로 넘겨받는 수법으로 대선 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이 전총재도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가겠다"고 사과했다. 이 총장이 이날 거론한 내용은 한마디로'차떼기'자금 중 쓰고 남은 돈이 어디로 갔느냐는 의혹 제기이다.

특히 이 총장은 최병렬 전 대표의 '대선 잔금 수첩'이라는 물증의 존재를 거론했고, "폭발력이 있다"고 이 전 총재를 정조준했다. 이 총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무덤 속으로 들어갔던 '차떼기 사건'이 다시 살아나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자충수이기도 하지만 이 후보측은 좌고우면 할 것 없이 이 전 총재의 정치생명을 노린 최강수를 둔 셈이다.

이 후보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섣부른 대응으로 '화'를 키우지 말자며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날 기류가 급반전되며 정면 대응으로 급선회했다.

이 후보측의 의도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후보측은 일단 이 전 총재의 설득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전 전총재의 탈당 움직임이 파악되면서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이 전 총재의 지지율 급상승이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총재는 지지율이 20%를 넘나들며 단박에 2위로 급부상한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 안팎 선으로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며 '이명박 대세론'이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또 이 전 총재 측과 박 전 대표 진영의 유착설 속에 이 후보 측과 박 전 대표 측 사이에 갈등이 심화한 것도 위기감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 진영에서는 일단 이 사무총장의 돌발행동으로 몰고 갔다. 박형준 대변인은 "후보의 의견은 '당이 이 전 총재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그 사람 생긴 것도 무뚝뚝하게 생겨서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해서 되겠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이상득 부의장도 이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신이 나갔느냐. 사무총장이 후보와 상의도 없이 어떻게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화를 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당내에서는 이 사무총장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재가를 받아 회견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후보와 측근들 간에 '엇박자'가 나는 듯한 이런 모습에 대해 당 안팎에선 '치고빠지기' 식의 이중 플레이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당 전체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아 넣고 이 전 총재와의 관계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고 갈 대선자금 문제를 공격의 소재로 삼은 것이 과연 사무총장 일인의 책임 아래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냐는 의문에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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