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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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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현 지음 / 그물코 발행ㆍ400쪽ㆍ2만원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구들이다. 구들이 있어 우리 민족의 겨울은 따뜻했다. 산업혁명 전 유럽의 겨울은 혹심했다고 한다. 왕가에서도 잘 때는 불을 지필 수 없어 개를 몇 마리씩 안고 잤다.

가난한 일반인들이 겨울을 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에서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개와 같이 이불을 덮고 잤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겨울을 보낸 기억을 갖고 있다.

<즐거운 한옥읽기…> 는 한옥에 얽힌 이런저런 인문학적 이야기와 한옥을 실제로 짓는 기술을 모은 한옥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주택공사 등에서 일해 집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는 저자는 아파트에 밀려났다가 최근 웰빙 바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옥의 거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모았다.

대청에 모신 성주신, 남쪽으로 앉은 건물 배치, 용마루, 사랑보다 큰 안채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옥은 어느 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민족의 기술과 문화가 축적돼 만들어졌다.

12~13세기에는 방안에 있던 아궁이가 방 밖으로 나간다. 고려 말 조선 초 돌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구들에 필요한 돌 공급이 쉬워졌고 벼 생산량이 늘어 지붕에 쓸 짚이 풍부해지면서 한옥이 크게 발전했다. 조선에 들어서서는 기름먹인 장판지가 나왔고, 창호지 문이 많이 쓰였다.

풍수는 한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의 자금성을 본 사람이면 조선의 궁궐을 보고 실망한다.

그러나 이는 한옥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 민족은 사람 사는데 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큰 건물을 짓지 않았다. 풍수는 한 사람 당 생활면적을 5평 정도로 본다. 그래서 한옥을 볼 때는 주위 환경과 함께 전체를 보아야 한다.

지금도 한옥은 진화하고 있다. 땔감이 연탄, 기름과 가스로 바뀌면서 구들 없이도 방이 따뜻하다. 평면과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형태와 이미지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겉은 한옥이고 속은 시멘트인 집이 일반화하면서 한옥 짓는 목수는 거의 사라졌다.

이 책은 나무를 잇고 맞추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촉을 만들어 쓰는 장부의 이치, 집을 설계해 이에 맞게 부재를 뽑는 방법,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뒤 서까래와 개판을 얹고 추녀를 만드는 건축과정, 집 짓는 비용 등 실제로 집을 지을 때 필요한 지식도 소개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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