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휴즈 미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오는 12월 중순 사임키로 한 것은 이슬람 국가들에서 추락한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되살리려 한 그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특히 휴즈 차관 재임기간에 미 국무부의 ‘공공 외교’와 관련된 1년 예산이 과거에 비해 거의 두배 규모인 9억 달러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돈으로 우정을 살 수 없다’는 점도 거듭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TV 기자 출신 공보 담당자로 부시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미디어의 귀재’로 통했던 휴즈 차관의 개인적 명성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됐다.
휴즈 차관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텍사스 사단’에 합류, 칼 로브 전 백악관 비서실 차장 등과 함께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혀 왔다.
휴즈 차관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가족들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돌아갔었으나 이라크전 실패에 따른 국제 여론이 악화하자 2005년 3월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으로 복귀, 부시 행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재투입됐다.
휴즈 차관은 31일 “2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텍사스와 워싱턴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가정 문제를 사임 이유로 들었으나 일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 사업은 장기적으로 다뤄져야 할 도전적 과제”라고 밝혀 자신의 활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슬람 국가들에서 미국의 이미지 제고 사업이 실패하고 있음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6월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 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등 5대 이슬람국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응답이 12~30%에 불과해 6년 전의 23~75%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재임 기간중 의욕적으로 이슬람 국가 순방활동을 펼쳤던 휴즈 차관은 “이라크전도 중요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더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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