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북한 상선 대흥단 호를 적극적 작전을 펼쳐 구출했다. 북한 상선이 마약, 미사일, 핵 물질 등 온갖 사악한 물건을 밀수한다며 강경 저지 정책을 추진해온 것에 비해 뜻밖이다.
무릇 해적 행위가 국제 무역을 위협하는 국제 사회의 공적인 점을 상기하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껏 북한 이란 등 '악의 축'을 윽박지르기 위해 국제 해양법 질서를 외면한 것에 비춰 보면 의미 깊은 정책 변화를 널리 알린 사건으로 볼 만하다.
대흥단 호는 북한이 미사일 수출 등의 외화 벌이로 생존을 모색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소규모 상선단의 하나다. 미국이 이른바 '확산방지구상'(PSI)을 앞세워 북한 상선의 공해상 저지와 검색을 추진한 이유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강경파가 주도한 PSI는 일본과 유럽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폭 넓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국제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관습과 해양법 협약이 확립한 항해 자유 원칙과 상선의 특권을 위협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제법 원칙상 해적 행위와 마약 노예 등 국제 금지품목 밀수혐의가 명백할 때만 검색ㆍ나포할 수 있다. 미국이 스페인 해군과 공조, 미사일 운반 북한 상선을 나포했다 풀어준 것도 이를 끝내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가 논란 끝에 채택한 대북한 해상검색 등에 관한 결의안도 실질은 영해와 항구 내의 통상적 검색 수준에 머물렀다.
미 해군의 북한 상선 구출은 무리한 대북한 봉쇄 정책의 완화를 공개적으로 알린 사건으로 볼 만하다.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민간기구인 국제해사국(IMB) 해적위기센터의 구조 요청에 적극 호응한 것은 미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 국무부가 PSI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것은 당면한 이란 봉쇄를 위해 PSI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PSI 참여를 거부한 우리 정부를 설득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복잡한 의미와 메시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