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떤 양보를 하면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금 이 후보의 '명줄'을 쥐고 있다는 것은 당 안팎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를 웃도는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세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박 전 대표의 지지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태도 여하에 따라 향후 이 후보의 대선 가도가 지금까지와 달리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후보 측의 1차 목표는 11, 12일 예정된 대구ㆍ경북 지역 국민성공대장정 필승결의대회에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나란히 서서 손을 잡는 장면이다. 이렇게만 되면 이 전 총재 상승세도 한풀 꺾일 수 밖에 없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위해 여러 양보 카드를 펼쳐 놓고 고심 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양보의 최대치에는 '이명박 박근혜 공동정권' 구상이 있을 수 있다. 집권하면 지분 50%를 넘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 정도까지 양보할 생각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당권'을 박 전 대표에게 넘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이명박 대권, 박근혜 당권' 구상이다. 하지만 방법이 모호한 데다 대선 이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후보 측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내부에는 "굳이 양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많다고 한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로선 이 전 총재가 탈당하면 지원할 명분이 없다"며 "일단 지켜보자는 게 대세"라고 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정두언 의원도 "무슨 조건을 걸거나 무엇을 준다면서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은 박 전 대표 스타일도 아니고 잘못된 접근"이라며 "박 전 대표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갈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해법이 찾아지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두 사람의 만남을 제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모든 것의 선결 조건으로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분위기가 상당히 강경하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을 자르지 않는 이상 대화는 없다는 것이 우리 기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이 이 최고위원 처리와 관련, "사과와 유감 표명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고 2일 말했다가 박 전 대표로부터 질책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최고위원이 4일 사과 의사를 표명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유승민 최경환 의원 등 박 전 대표측 핵심 의원들은 이날 저녁 모임을 갖고 "말로만 하는 사과로는 안 되고, 이 최고위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최고위원 사퇴 여부야 말로 이 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할 '바로미터'라는 게 박 전 대표측의 생각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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