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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산은 산 물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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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산은 산 물은 물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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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 열림원性澈 스님 다비장의 기억 "많은 말을 할 때가 올끼다"

한국 현대불교의 대선승 성철(性澈) 스님이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59세였다. 11월 이맘때면 "스님, 불 들어갑니다" 하는 외침과 함께 시작됐던,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의 다비장에서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의 기억이 선연해온다.

<산은 산 물은 물> (초판 1998년)은 정찬주(54)가 소설로 쓴 성철 스님의 일대기다. 주인공인 검사 정익진이 자신의 소모적인 삶에 대한 회의에서 성철 스님의 발자취를 좇는다는 구조에, 스님의 생애를 형상화했다. 8년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10년의 철책수행, 손수 기워 입은 단 두 벌의 누더기 장삼으로 평생을 지낸 일 등 수행자로서 위법망구(爲法忘軀)한 스님의 삶이 생생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성철 스님이 1981년 1월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후 내린 법어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것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지만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들어선 군부에 나라가 숨죽이고 있던 당시, 세상에 대한 스님의 사자후 같은 한 마디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이 법어는 모호하기만 한, 오히려 상처에 왕소금을 뿌리는 거나 마찬가지인, 그야말로 선문답 같은 말이었다.

정찬주는 그에 대한 성철 스님의 반응을 이렇게 쓰고 있다. "어허허,내가 말하면 따라오는 척은 하겠지. 그러나 그것은 지나가는 바람이고 아무 소용없는 기라... 내가 산중에 살면서 종정 하는기 뭐꼬? 산중에 수행승 하나 제대로 있는 꼴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이가... 안 나가고 있는 것이 불교를 더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것인지를 나중에야 사람들이 말할끼다, 많은 말을 할 때가 올끼다." 스님의 이 말처럼 "산은 산, 물은 물"은 시대를 넘어서는 영원한 화두가 되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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