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화, 어린이 기억력 떨어뜨릴 수 있다.’ 1일 환경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한양대 환경ㆍ산업의학연구소가 6~9월 인천ㆍ대전ㆍ청주ㆍ순천 지역 초등학교 5ㆍ6학년 2,040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실태와 건강영향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억력 감퇴, 체력저하, 집중력 저하, 두통, 현기증 등을 호소한 어린이들 중 1회 휴대폰 사용시간이 3분을 넘는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훨씬 많았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 의원의 주장은 초등생 자녀에게 휴대폰을 사 준 학부모들에게는 섬뜩한 ‘가설’이지만 수년 전부터 지속돼 온 ‘휴대폰 전자파 유해론’ 논쟁의 연장일 뿐이다.
휴대폰을 떠나 전기ㆍ전자제품의 전자파가 암이나 백혈병, 신경이상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전자파 유해론’은 왜 끊이지 않고 제기될까. 전자파에 대한 의심은 1989년 미국의 한 기자가 ‘고압 송전선 인근의 암 발생율이 높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고, 우리나라엔 92년 제기됐다.
사실 과학계에서는 정상적인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고압 송전선이나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세기는 지구 자기장의 수백 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는 “의학자들이 전자파의 세기와 사용시간 등에 따른 유해성을 끊임없이 측정하고 연구하지만 전자파가 원인이라고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91년 법을 제정하고 지금까지 25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자파 유해 논쟁이 쉽게 종결되지 않는 것은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신체적 이상을 느끼게 된 사람들의 의심이 깊어지고, 이를 자극하는 임상실험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시민환경연구소가 성인 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가 휴대폰 통화도중 ‘귀가 멍해진다’ ‘머리가 아프다’고 답했고, 대부분 휴대폰 전자파가 유해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 전자파학회는 지난해 6월 청소년과 성인 등에게 휴대폰 전자파를 15~30분간 노출시킨 뒤 호흡수, 맥박, 혈압, 땀, 분비량을 조사, 청소년의 손바닥에서 땀 분비량이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휴대폰 전자파가 신체적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김덕원 연세대 교수(의학공학실)는 “휴대폰 전자파 유해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전자파의 노출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아직 인체에 해롭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점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가정하에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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