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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출장오는 CEO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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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출장오는 CEO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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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원(57) 한진중공업 사장은 국내로 출장을 온다. 한진중공업이 야심차게 준비한 필리핀 조선소가 착공된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수빅만(灣)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고경영자(CEO)로의 '특권'을 내던지고, 일반 직원들이 머무는 숙소의 조금 넓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 사장의 수빅 조선소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올해 7월 수빅 조선소의 첫 블록(선박 조립에 쓰이는 부분품) 생산기념 행사가 끝난 뒤 먼지가 날리는 벌판을 보면서 "영도 조선소가 좁은 탓에 땅 한 평이 아쉬웠었다"며 남다른 감회를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빅 조선소 면적은 231만㎡(약 70만평). 부산 영도의 26만㎡(약 8만평)에 비하면 9배 가까이 넓다.

선박 건조 설비인 도크도 세계 최대 규모인 1만2,800TEU(컨테이너 1만2,800개를 실은 수 있는 크기)급 컨테이너선까지 만들 수 있는 규모로 짓고 있다. 박 사장이 수빅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노력 탓에 한진중공업은 수빅 조선소를 착공하기 전에 선박을 먼저 수주하기도 했다. 현재 수빅 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36척에 31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등한시할 순 없다. 1937년 우리나라 최초 조선소로 설립된 영도는 좁은 부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특화해야 한다.

올해 3월 3년 임기로 선임된 한국조선협회장으로서의 역할도 게을리할 수 없다. 지난 주에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세계조선대표자회의(JECKU)에 참석, 각국 대표자들과 세계 조선시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 회의를 마친 뒤에는 잠시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출장(?) 왔다가 곧바로 수빅 조선소로 돌아갔다.

박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온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평소 "조선강국의 힘은 기술에서 나온다"며 설계 부문에 대해서는 "24시간 불 꺼지지 않은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라"고 강조한다.

한진중공업의 설계 인력은 800명으로 다른 조선소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좁은 부지를 극복할 여러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좁은 도크 안에서 배 전체를 조립할 수 없게 되자, 먼저 물에 띄운 뒤 수중에서 용접하는 댐(DAM)공법,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2,000~3,000톤 중량의 초대형 블록을 도크로 옮긴 뒤, 레일 위에서 안쪽으로 밀어 배를 조립하는 스키드(SKID) 공법 등 모두 특허 출원한 것이다.

박 사장은 수빅 조선소에 첫 배가 나오는 내년 6월까지 현지에 머문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독하다'고 말도 나온다. 165㎝의 자그마한 키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박 사장. 그의 내년이 기대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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