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1일 추가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성장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일단 안정적 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포석이다. 하지만 달러 하락과 국제유가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상, 향후 금리인하책을 더 이상 밀어붙일 여지는 크게 줄었다.
이날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도 이 같은 인식을 뚜렷이 반영하고 있다. 성명은 현 경제상황을 "3분기 경제성장은 견조했고 금융시장의 불안도 다소 완화됐다"며 "그러나 향후 단기적인 경제 성장 속도는 주택경기 조정이 부분적으로 반영되면서 둔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견조한 성장세 속에서 주택경기 침체 등에 따라 경기둔화가 예상되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 평가를 한 셈이다.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9월 금리 인하와 함께 금융시장의 혼란이 전반적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해 FRB로서는 '할 것은 다 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최근 유가와 상품 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또다시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위원회는 일정부분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론 인플레이션 억제에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둘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 이날 통화 및 상품시장은 FRB의 우려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증시의 '환영랠리'와 달리, 달러는 금리인하 직후 뉴욕시장에서 유로 당 1.4495 달러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달러 급락은 곧바로 국제유가를 자극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2월 인도분은 배럴 당 96.21 달러까지 치솟아 향후 '인플레이션 폭풍' 가능성을 예고했다.
일부에선 아직 주택경기 침체 등에 따른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FRB가 어쩔 수 없이 추가 금리인하라는 '비상'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3.9%를 기록하고, 9월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내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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