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지지율 2위의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회창 변수로 보수진영 표가 쪼개지는 효과는 플러스 요인이지만 정작 정 후보는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 주변에선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후보를 한창 띄워야 할 시점에 3위로 밀려나 창피하고 모욕당한 심정""MB란 콘크리트가 부실 시멘트였음을 알리기까지 열심히 망치로 두드렸는데 혜택은 이회창에게 돌아갔다"등등 한탄까지 나온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무작정 나오려는 것이 아니다"며 "한나라당 후보 유고사태에 대한 대비책인데 이 전 총재쪽은 막강한 법조인맥을 통해 이미 이 후보가 검찰에 소환된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한 뒤 나오는 행보다"고 말했다.
정 후보측은 일단 전선의 변화를 꾀할 수 있어 호재라는 낙관론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때문에 "구악들의 반란이자 차떼기와 땅떼기의 혈투(정청래 의원)""두 사람의 부패콘서트에 지지율이 동반추락해 서로 비슷해질 것"(이재경 후보비서실 부실장) 등 공격 포인트도 이 후보와 이 전총재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잔금 문제에 대해선 "아직은 뛰어들 때가 아니다"라며 이ㆍ이간의 이전투구를 좀 더 즐기자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2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선주자 인터넷토론회에서 "이 전 총재는 한국정치의 상징적 부패인 차떼기 중심에 서있던 분"이라며 "(대선출마는) 국민의 개탄과 분노를 자아낼 역사의 코미디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캠프 내부의 위기감은 자못 심각하다. 한 의원은 "솔직히 내주까지는 자력으로 25%가 나와야 하는데 두 이씨간 싸움으로 '시간끌기'효과를 가져다줘 다행"이라고 고백했다.
최규식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완주를 의미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명박_이회창 막판 단일화"라고 짚었다. 후보측 핵심관계자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저쪽에서 단일화 시너지효과를 내는 경우인데 얼마 전 서상목 전 의원이 언론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가 단일화를 전제로 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바 있다"고 걱정했다.
물론 신당측은 보수가 뭉치면 반대쪽도 결집할 계기가 올 것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 신당 주변에선 별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내주까지 정 후보가 획기적 터닝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외부영입작업 마저 지지부진 할 경우 전격적인 단일화 논의로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