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가 일제 치하 히로시마(廣島)에서 원폭피해를 당한 한국인 강제징용자에 대해 일본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일 2차대전 중 히로시마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서 일하다 원폭 피해를 당한 한국인 강제징용자 40명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최종심에서 일본 정부에 1인당 120만엔씩, 모두 4,800만엔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현행) 피폭자에 대한 원호법은 국내의 피폭자로만 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 법률의 해석을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일본 정부의 통지가 재외 피폭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피폭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재외 피폭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측의 기업에 대한 배상 요구는 기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판결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피폭자 원호시책을 적정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인 징용 근로자 40명은 히로시마시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연행돼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중인 1945년 8월 원폭 피해를 입었으나 일본 정부는 이들이 귀국한 뒤 “출국하면 피폭자 지원법상의 건강관리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구 후생성 통지 402호의 규정을 내세워 수당 지급을 거부해 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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