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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최병렬 수첩' 내용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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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최병렬 수첩' 내용이 뭐기에…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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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미진했던 것일까.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수첩이 정치권의 화제로 부각되면서 2003년~2004년 대검 중수부가 진행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다시 들여다 봐도'충격적'일 수 있다는 수첩 내용과 관련된 힌트를 얻기란 쉽지 않다. 수사 대상이었던 자금의 경우 용처가 대부분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의문이 제기됐던 부분은 역시 '삼성 채권'이었다. 삼성은 2002년 대선 이전에 명동 사채시장에서 국민주택채권을 837억원 어치나 매입했고 이 중 324억여원을 이회창 전 총재 캠프에 건넸다. 이 전 총재측은 이 중 154억원의 미지출분을 대선이 끝난 뒤 1년 가까이 보관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선 잔금이 존재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대선 자금 수사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흐르자 2003년 11월 뒤늦게 이 채권을 삼성에 돌려줬다.

삼성 채권은 또 다른 측면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검찰은 2004년 5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500억원 상당의 채권 용처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삼성 채권은 한 동안 '판도라의 상자'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1년 뒤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476억원의 채권을 삼성이 자체적으로 사용 또는 보관하고 있었다"는 다소 맥 빠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이 당시 227개 지구당에 내려보냈던 자금이 있다. 검찰은 현실적인 수사 인력 등의 문제로 인해 이 자금의 최종 사용처는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구당에 분배된 '눈 먼' 돈 중 일부를 대선 잔금과 연결시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전 총재측이 154억원 이외의 삼성 채권도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가 재개되자 몰래 돌려줬거나 지구당으로부터 돈을 일일이 회수해 보관했다는 등 어느 정도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최 전 대표의 수첩 내용과 연관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당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숨겨진 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연성은 충분하다. 당시 검찰 수사는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라는 5대 기업을 위주로 한 표본 조사의 성격이 강했고, 이 때문에 "대선 자금의 전모를 규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숨겨진 돈이 아니라 기업체들에 대한 협박이나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식의 검은 거래 등 '대선자금 갈취'에 가까운 행태들이 기록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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