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감동적인 스토리 한편을 전했다.
후난(湖南)성 벽촌 리우양의 샨톈학교에서 교사들이 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 자녀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사연이다. 초,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샨톈학교 재학생 278명 중 3분의 1은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나 친척 집에서 살고 있다. 양친 중 한명하고만 사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62%나 된다.
이런 학생들이 많은 것은 부모들이 농사로 생계를 꾸리기 힘들어 도시로 나가기 때문이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도시 이주 노동자’는 도시와 기업에 저임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 산업화의 공신이다. 그런데 이들 자녀는 부모는 물론 사회로부터 어떤 보살핌도 받지 못한다.
샨톈학교 교사들은 방치된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불량배 등으로 빗나가는 현실을 보다 못해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교사 41명이 부모와 살지 않는 학생 몇몇의 아버지가 되고, 교사의 부인들은 어머니 역할을 한다. 이런 가족은 1주일에 한번씩 식사를 함께 하고 게임도 하면서 가족의 온기를 학생들과 나눈다.
또 도시의 친부모에게 학생들이 1주일에 한번씩은 전화 통화를 하도록 해 가족간 유대를 이어주고 있다. 친부모들은 자녀에게 돈을 보내주지만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교사 다이차오웨이씨는 “고상한 목표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며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안을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2004년 학교 근처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가 불량배에 맞아 숨지고, 임신한 여학생이 독약을 먹고 자살한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런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주 노동자 자녀들은 정서적으로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평소 전혀 웃지 않은 것은 물론 내향적이며 공격적이고 좀처럼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들이 폭력배, 불량배와 어울리는 일도 다반사다. 다행히 샨톈학교 교사들의 헌신으로 일부 학생들은 미소를 되찾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중국 전역에 무려 2,000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엄청난 규모의 어린 학생들이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적절한 보살핌이 없다면 이들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은 성인으로 자라고 이중 일부는 범죄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산업화의 그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향후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대가를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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