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엘 가로 지음ㆍ임지원 옮김 / 지식의숲ㆍ612쪽ㆍ2만5,000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혹적인 주제다.
연말이면 새해의 경향을 점치는 책들이 서점의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미래’와 관련해 가장 인기를 끄는 분야는 과학.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시대인 만큼, 과학이 바꿔 놓을 인간의 내일은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자극한다.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GRIN 기술’로 불리는 생명공학, 로봇공학, 정보기술, 나노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찾아올 미래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책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의 반사신경과 엑스맨의 스피드, 아이큐(IQ) 1,000의 사나이가 결코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저자는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각종 인간강화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텔레키네틱스 기술, 통증과 출혈을 급속히 없애주는 약물과 백신, 운동선수의 기량을 장시간 유지케 하는 특수대사병,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기반을 둔 외골격 전투복 등 실제 시행 중인 각종 연구가 책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진화와 다른, 인공적 진화에 따라 인류가 당면할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가능한 ‘천국’, 유전자변형으로 탄생한 병원균이나 나노머신의 자기복제로 인한 ‘지옥’, 인간이 기술발달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도’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저자는 시나리오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초월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동경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닉 보스트롬 같은 철학자들이 지적했듯, 기술을 통해 인간 본성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트랜스휴머니즘)을 우려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진행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50년 뒤 우리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에 관한 의문이다. GRIN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 일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이기에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더 크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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