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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작가들의 우정 편지' "선배는…그때 난 정말…" 작가 32명마음 나눈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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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작가들의 우정 편지' "선배는…그때 난 정말…" 작가 32명마음 나눈 편지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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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은 편저 / 생각의나무 발행ㆍ212쪽ㆍ1만원

국내 작가 32명이 주고 받은 편지를 4년간 모으니, 그 전체로서 하나의 텍스트가 됐다. 추계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김다은 교수는 틈틈이 작가들이 나눈 편지를 모았고, 추려져 <작가들의 우정 편지> 로 거듭났다.

“가끔 선배는 제 작품에 대해 압정 같은 말 한마디를 던져주곤 했죠. 그런 말을 들을 대마다 전 태연한 척 했지만 실은 무언가를 들켜버린 것 같았어요.” 소설가 윤성희씨가 소설가 강영숙씨에게 지난 2월 쓴 편지다.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듣는 순간 고독감이 엄습”했다는 작가의 내면이 보이는 듯 하다.

“유머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고, 스스로 낮추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높이셨”던 선배 김영현 작가를 소설가 이명랑은 닮고 싶어한다. 소설기 권현숙이 한 독자에게 쓴 편지는 곰살궂기까지 하다. “좋은 찻집 봐 두었어요. 만나서 실컷 수다 떨고 노래방에도 가고 그럽시다.”

또 “외수 오라버님께”로 시작하는 희곡작가 유현숙의 편지를 훔쳐 보자. “제가 방황했던 것 기억하시죠? 이제 제 방황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답니다.” 사연이 구비구비 펼쳐져 나온다. 이승하 시인의 울분은 직설적이다. “‘‘시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라며 상을 세어 나가는 이 소설가를 그때 난 정말 때려 죽이고 싶었네.” 글쟁이의 마음 바닥을 들키고 만다.

시인 김선태와 비평가 이경호 간에 오간 편지는 사나이다운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며, 습작기의 작가들이 나눈 편지글들은 그들이 당시 놀이나 취미가 아닌 진지한 편지 글쓰기로 우정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편지지에 육필로 쓴 편지 원본도 들어 있다. 횡서로 또는 이제는 박물관이 제격인 종서로, 또박또박 혹은 휘갈기듯 쓴 글씨들에서 사라져 가는 가치를 진하게 느낀다.

소설가 김다은(추계예술대 교수)씨는 “작가들의 우정 편지는 문학을 이해하는 친구(작가ㆍ비평가ㆍ독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내용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더 중시하는 작가의 사적 편지는 문학 텍스트로서의 가능성과 지평을 열

보인다”고 평했다. 그것은 나아가 이 시대가 잃어버린 하나의 장르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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