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 때 군인 3,800여명의 자세한 신상정보를 담은 병적기록부(사진)가 발견됐다. 거주지와 신장, 나이, 얼굴 생김새, 신체적 특징 등 상세한 개인 정보를 담고 있어 17세기 후반 조선의 보건ㆍ영양 수준은 물론 병역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관장 조유전)은 조선 숙종시대 충청도 관찰사 휘하 군인들의 개인신상 정보를 수록한 군적(軍籍) 자료 3책을 최근 명재(明齋) 윤증(尹拯) 문중으로부터 입수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전해지는 조선시대 군적 자료로는 서애 류성룡 가문에 전하는 17세기 초반의 ‘진관관병용모책(鎭管官兵容貌冊)’과 육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후반 자료 등이 있으나, 이번 병적기록부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정보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문서 전체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들 3책에는 총 3,878명의 신상명세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적기록부 3책 중 2책은 작성 시기가 각각 강희(康熙) 18년(숙종 5년, 1679)과 강희 36년(숙종 23년, 1697)이며, 다른 1책은 앞장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작성연대를 알 수 없다.
이들 군적에는 지금의 사단장, 여단장, 연대장, 대대장, 소대장 등에 해당하는 무관직인 천총(千摠ㆍ정3품), 파총(把摠ㆍ종4품), 초관(哨官ㆍ종9품), 기총(旗摠), 대장(隊長)을 필두로 그 예하 소속 인력의 신상정보가 수록됐다. 이름과 나이, 거주지, 키, 얼굴 피부 특징, 신체 전반(특히 흉터 여부)에 대한 특징, 주특기, 나아가 신원보증인과 군적에 편입된 시기 등까지 빠짐없이 기록됐다.
토지박물관 심광주 실장은 “이번 군적 자료가 수록한 정보는 무궁무진하다”며 “신장 정보를 통해서는 당시 신장 평균치를 산출할 수 있고, 마마 흉터 소지자를 분석하면 천연두 발병에 대한 통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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