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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떤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 위기 한국…지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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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떤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 위기 한국…지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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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집ㆍ박상훈ㆍ박찬표 지음 / 후마니타스 발행ㆍ336쪽ㆍ1만8,000원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국정치를 진단, 분석해온 진보적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제자들인 박상훈 목포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한다.

대통령 내 손으로 뽑고 선거로 정권도 교체하고,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제도적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들은“왜 민주화 이후에도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익이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는가”하는 의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 교수는 그 이유를‘절차적 민주주의의 미완성’때문이라고 본다. 공정하고 주기적인 선거, 경쟁적 선거를 통한 정부의 구성과 교체, 표현과 결사의 자유 확보 같은 것들이 민주주의의 외피라면‘절차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다.

그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정책 결정에 자신의 선호를 표출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지니는가, 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대안정책들이 있으며 각각의 대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떤 사안을 정책결정의 의제로 만들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결정할지 최종적으로 사회 구성원이 선택하는가 같은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낙제점이다. 저자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출범한 참여정부의 예를 든다. 가령 한미FTA 체결과정을 보자.

대다수 한국민의 삶에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중차대한 사회ㆍ경제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대통령의“시작”이라는 말 한마디로 개시됐고 대통령과 소수의 기술관료들만이 정책결정에 참여했다. 협상내용은 비밀에 부쳐졌으며 반대시위는 권위주의적 방법으로 탄압했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은 고사하고 정당, 의회의 참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어떤 점에서 참여정부와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부의 차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최 교수는 지금까지는 한국사회에 어떻게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킬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막강한 권한에 비해 민주적 통제력이 약한 우리의 대통령제는 민주주의의 발전보다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한 프랑스식의‘준 대통령제’같은 것이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정당체제의 공고화야말로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정치제도로 풀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요소라는 기본 입장을 정교하게 설명한다.

또한 국민경선제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 민주사회에서는 권위를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 것인지, 민주주의는 가정과 사회 등 모든 조직에 필요한 것인지 등 민주주의의 원론적 질문에 대한 원로 정치학자의 깊이있고 풍성한 통찰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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