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오전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국회 현관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는 엷은 미소를 띈 채 “오늘은 별로 이야기 드릴 일이 없다”면서 “어제 다 이야기 드렸다”고만 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 같다’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그는 입을 닫았지만 이 전 총재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이날 여러 측근들의 입을 통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났다. “이 전 총재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달아 출연,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현 시점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는 경선에 의해 뽑힌 이명박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손을 들어주는 그림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현재로선 가능성 0%의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곧 명분을 갖는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경선 승복의 기존 입장을 바꿀 이유도 현재로선 없다.
더욱이 이 후보, 이 전 총재, 박 전 대표가 얽힌 삼각 구도에서 박 전 대표는 양측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입장이다. 그 강도는 점점 세질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쉽사리 움직일 이유가 더더욱 없는 셈이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 공 하나를 던져놓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을 당 화합의 걸림돌로 규정짓고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의 공세는 이날도 계속 됐다. 최경환 의원은 “이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는 것은 당 화합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라고 했고, 유승민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치솟은 것은 이 최고위원의 강성 발언에 분노한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이 전 총재쪽으로 옮겨간 게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을 치지 않으면 이 전 총재쪽으로 간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을 다시 데려올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와 거리를 두면서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후보측이 지금은 배짱을 부리지만, 곧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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