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미 글ㆍ이혜란 그림 / 보리 발행ㆍ60쪽ㆍ8,000원
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알아가는 과정, 자신과 알고 지내던 이의 부재(不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산나리> 는 아름다운 어느 산골의 아이들이 삶 속에서 죽음을 만나고, 고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동화다. 산나리>
산골 소녀 야야는 봄이 오면 다홍빛 꽃잎이 눈부신 별 모양의 산나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올 봄에는 정말 산나리가 무더기무더기 피어있는 뒷산에도 올라가볼까 싶다.
하지만 그곳은 어린아이가 죽으면 가마니로 둘둘 말아 돌로 덮어준다는 애장골. 어린 영혼을 지키는 독사까지 있단다.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낸 야야는 동무들과 함께 애장골로 향하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숨은 콱콱 막힌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떠난 어린아이들의 한이 서렸기 때문일까. 갑자기 스며드는 으스스한 기운에 야야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동네로 내려오는데….
애장골에서 내려온 뒤 죽음이 마냥 무서워진 야야. 그러나 야야는 동무들과 함께 평소 놀려대던 친구 순복이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고 곧 애장골로 떠날 순복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된다.
죽음이 마냥 먼 곳에 있는 공포스런 현상이 아니라 비로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지은이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경상도 사투리가 낯설고도 정겹다.
작품 뒷부분에는 갱자리(볍씨 뿌릴 못자리에 주는 풀거름), 찌끼미(동네를 지켜주는 큰 나무나 마을 뒷산의 큰 바위), 정지(옛날 부엌) 등 책을 읽다가 궁금해할 만한 단어들의 뜻풀이를 삽화와 함께 실어놓았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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