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예복 보면 참 심란해요. 서양식으로 드러내고 화려하게 치장하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통 혼례복이 갖고 있는 품격과 우리 고유의 미의식을 보여주는 기회가 꼭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지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선조들의 혼례식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예복들을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유희경복식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전통속 혼례의 어제와 오늘’전이 8~21일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열린다.
침선장(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보유자인 구혜자씨를 비롯 유명 한복디자이너 김혜순 박술녀, 한복학자 문영표씨 등 20명의 한복인들이 참가하는 전시다. 전통복식사학계의 원로 유희경 선생 문하에서 10여년 이상을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한복 공부에 정진해온 이들이 의기투합, 그 동안의 배움과 깨침을 유 박사의 고증을 받아 작품에 녹여냈다.
유희경 선생은 “한복문화를 발전시키려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복에 대한 기초지식을 더 많이 전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10여년을 이 모임을 이끌어왔다”면서 “이번 전시가 전통예복의 엄정한 아름다움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조선시대 초기와 중기, 후기에 걸쳐 궁중과 사대부, 민간에서 각기 달리 입었던 혼례복을 그대로 복원했다. 조선초기 민간에서 신랑이 입었던 직령(목깃이 직선으로 된 포)이 후기로 갈수록 단령(목깃이 반원형으로 된 포)으로 변하는 것이나 신부복의 경우 현대의 폐백에서 흔히 사용되는 원삼은 조선후기의 유산이고 초기에는 장삼을 입었다는 것 등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된다. 또 흰색 실크 치마저고리에 화환을 쓰고 베일을 늘였던 근대이후 멋쟁이들의 혼례복 차림과 전통 혼례복의 현대화를 위해 최근 모색되고 있는 여러 시도들도 선보인다.
구혜자씨는 “폐백조차도 거추장스럽다고 생략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격식과 안목을 따지는 집안에서는 여전히 결혼예복으로 한복을 일습으로 갖춘다”면서 “이번 전시는 선조들의 결혼문화를 통해서 현대의 혼례복 문화를 재점검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측은 전시를 기념한 도록을 펴내는 한편, 20일 오후 2시에는 ‘조선의 혼인의례와 복식’, ‘20세기 전통 혼례복의 변천과정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도 개최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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