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수업 시간. 40여 학생들의 자세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거북이처럼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학생, 한 쪽 팔로 엎드려 있는 학생, 의자에 엉덩이만 걸친 학생 등 앉은 모습이 학생들의 개성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실제 요즘 청소년들이 앉아 있을 때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는 의자에 45도로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는 자세다.
자생한방병원이 주최한 ‘청소년 척추건강 캠페인’에 참여한 수도권 6개 고교 1,012명의 학생에게 물어본 결과, 54.8%의 학생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다고 답했다. 또 턱을 괴고 앉는 학생이 15.6%, 팔을 베거나 엎드린다는 학생이 11.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 60% 이상의 고교생들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앉은 자세로 하루를 보낸다. 즉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잘못된 자세로 보내는 청소년의 척추는 당연히 좋을 리 만무하다.
물론 어쩌다 한 번씩 취하는 잘못된 자세가 척추를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척추 질환이 자세나 습관이 부르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병인만큼 어릴 때부터 길들여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자생한방병원 박병모 병원장은 “잘못된 자세가 지속되면 S자를 이루어야 할 척추 곡선이 잘못된 자세로 인해 점점 일(一)자로 서게 되는데, 요즘 어린 학생들이 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것도 잘못된 자세로 척추 곡선이 망가지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척추를 비뚤어지게 하는 잘못된 자세를 고쳐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책을 볼 때 고개를 자주 숙이는 자세는 각종 ‘자세 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머리 무게가 앞으로 치우치면 목 뒤의 근육과 양 어깨의 근육들이 평소보다 더 큰 힘으로 지탱해야 한다. 이런 잘못된 자세를 계속하면 근육이 단단하게 경직돼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결리며, 두통이 생긴다. 심하면 목 디스크를 일으킨다.
여학생 가운데 다리를 꼬고 앉는 학생들이 많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골반을 틀어지게 만든다.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도 따라서 휘고, 심하면 어깨 라인이나 엉덩이 라인이 겉으로 봐도 비뚤게 보이게 한다. 다리를 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습관이지만, 무심코 꼬고 앉았을 때는 양 쪽 다리를 번갈아 꼬고 앉도록 한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다 보면 졸음을 참지 못해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 이 때 대부분 한 쪽 팔을 베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자기 쉽다. 이렇게 하면 고개가 비뚤어져 얼굴이 비대칭이 될 염려가 있다. 고개가 비뚤어지다 보면 척추가 좌우로 휘는 것은 당연한 일.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은 자세 병인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혹 집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책을 뒤적이는 경우가 있다. 대개 배를 방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가슴 아래를 베개로 받치고 팔을 위 쪽으로 올려 책장을 넘긴다. 이런 자세를 취하려면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뒤 목과 어깨 근육들이 평소 몇 배에 해당하는 힘을 써야 한다. 당연히 어깨 근육이 뭉치고 뒤 목이 뻐근해진다. 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되면 눈과 두뇌 피로로 바로 이어진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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