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뇌물 상납을 받은 혐의로 오늘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다. 현직 국세청장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이기에 충격적이다. 만약 뇌물 수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국기를 뒤흔드는 초대형 권력비리라는 점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전 청장의 혐의 내용은 설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랍다. 인사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뇌물 5,000만원과 해외출장 때 1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세청장 집무실에서다. 사실이라면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상납 관행이 요즘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명분을 청장으로서 대외활동을 하는데 보태 쓰라고 했든, 무슨 이유를 들었든 마찬가지다.
이병대 현 부산국세청장을 정씨에게 보내 뇌물 제공 사실을 함구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청장은 해명 기자회견을 통해 전군표 청장의 지시는 부인했지만,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정씨에게 했음은 인정했다.
물론 전 청장은 이 같은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라는 청와대의 요구도 거절했다.
현직 청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될 경우, 국세청의 이미지에 미칠 치명적 타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현직 신분을 고수하는 자체가 그만큼 결백하다는 항변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과 후배들에게 더 씻기 어려운 오명을 안겨주는 행동이 될 것이다.
권력이 많은 기관일수록 부패 가능성은 그만큼 높은 것이 평범한 세상 이치다. 아무리 힘있는 자리에 있더라도 비리의 혐의가 있다면 누구나 겸허하게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참담한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 수사를 비난하거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는 잘못된 일이다. 전 청장이 무혐의로 밝혀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장 큰 상처는 국세청이 아니라 국민이 입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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