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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4> 사회복지와 양극화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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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4> 사회복지와 양극화 해소

입력
2007.11.0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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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심각성은 계층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통합을 해치고 나라 전체의 에너지 결집을 어렵게 해 결국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시대정신 대기획의 네 번째 주제인 ‘사회복지와 양극화 해소’ 토론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보수, 진보의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의 심각성과 적극 대처의 필요성에는 이론(異論)이 없었다. 양극화를 ‘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 ‘우리의 해결책’을 만들자는 게 결론이었다.

복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와 빈곤이 맞물리면 재앙 수준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박 의원은 “양극화는 소득만이 아니고 건강 교육 취업 여가 심지어 성형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고 대물림 조짐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한데는 외환위기가 우선 꼽혔고 그리고 그 이후 10년간 그 파괴력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처의 문제점에서는 편차가 있었고 이는 구체적 해법의 차이로 연결됐다. 박 의원은 “DJ정부와 참여정부는 매년 사회복지 지출을 일반회계 증가율 8%보다 훨씬 높은 13%씩 늘렸지만 소모적인데 많이 투입됐다”면서 “자기책임 원칙을 강화, 일하는 저소득층에 더 지원이 가도록 하는 워크페어(work fare) 제도 등 시장친화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복지지출은 GDP 대비 8%에 불과, OECD 평균의 3분의1 수준이고 선진국 1만 달러 때의 복지지출 15%보다 훨씬 낮다”며 복지지출 증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대안으로 잡페어(job fare)를 제시했다.

잡페어는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일하면 더 준다’는 워크페어가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고 박 의원도 “그런 취지라면 동의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즉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두 토론자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기업에게 해고의 유연성을 주되 ‘동일노동 동일처우’의 원칙 하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축소하고 직업훈련, 직업알선 등의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일자리를 찾기 용이하게 해주는 이른바 유연안정성 정책이 필요하다는데도 접점이 이루어졌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 박재완 vs 이태수

_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가 시대의 중심어가 됐습니다. 빈부격차 이상의 포괄적 개념인 양극화를 정의해주시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준을 진단해주시지요.

이태수 교수=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차이가 벌어져 나간다는 측면에서 동태적 의미를 갖습니다. ‘불균등’이라고 하지 않고 양극화라고 하는 이유는 양극단의 이질성이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소득 양극화만으로는 대변할 수 없는 동태적 의미, 양 집단의 이질성, 그리고 그 이질성이 굳어져 계급처럼 단절되는 지향성이 있다는 것이 양극화의 핵심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징표입니다. 심지어는 사망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 소득 250만원 이상 소득자의 사망위험도를 1이라고 하면 50만원 이하는 2.4나 됩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가 맞물리면 재앙 수준의 사회문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해치고 결국 경제발전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할 것입니다.

박재완 의원= 양극화는 가치중립적인 용어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층적 이질성의 확대, 고착현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일단 동의하겠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이 많이 확대됐습니다.

1996년 11.6%였던 빈곤층이 지난해 상반기 20.1%로 늘었고 중간층은 55.5%에서 43.7%로 축소됐습니다. 빈곤층은 건강도 악화돼 하위 10%의 양호한 건강 비율이 98년 43.7%에서 2005년에는 24.1%로 내려갔습니다.

문제는 소득격차 뿐 아니라 학력 취업 심지어 건강 여가 외모에서도 격차가 확대되고 대물림 조짐마저 보인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특정 일류대학 수석 합격자 중에 가난한 집 출신이 꽤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부유층 자제입니다. 취업에서도 추천 등을 통해 상류층 자녀들이 좋은 직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호남과 수도권의 격차, 대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격차만 줄어들었을 뿐입니다. 계층 격차와 위화감이 커지면 사회통합에 위해요소로 작용하고 나라 전체의 에너지 결집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_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한 두 분의 인식이 비슷합니다. 양극화가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심화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박=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여년간 세계화로 인해 국가간 소득분배는 개선이 많이 됐습니다. 다만 국가별로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서 소득분배 개선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지식정보화도 마찬가집니다. 정보 격차로 양극화가 촉진된 면도 있지만, 지식이 인터넷을 통해서 확산되면서 빈곤층의 지식접근 기회도 늘어났습니다. 정보화가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양극화 원인은 분배주도 정책으로 성장이 침체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60년간 통계를 보면 성장과 복지, 분배는 비례합니다. 성장률이 높으면 분배가 개선되고 성장률 떨어지면 악화합니다. 교육시스템의 하향평준화도 양극화 원인입니다. 사교육이 만연하면서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 교육의 질이 좌우되는 겁니다.

참여정부는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구축하려 노력했지만 빈곤탈출 기회 제공에는 실패했습니다. 소모적, 사후적, 시혜적, 획일적 복지 시스템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국민 1인당 의사 방문건수는 10.5회로 영국보다 2배 많지만 의사, 병원, 환자 모두 불만입니다. 일종의 하향평준화 때문입니다.

자기책임 원칙, 즉 개인이 자발적으로 위험에 대처하도록 유인책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적으로는 복지가 확충된 것 같지만 내실화는 거리가 멀고 생산성도 떨어진 겁니다. 전투적 노조도 원인입니다.

대기업 노조가 걸핏하면 파업하고 기업은 임금 부담을 하청기업에 떠넘기는 고질적인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불로소득이 많이 양산된 것도 이유죠. 고령화로 가정의 노인 부양시스템이 붕괴된 것도 이유라고 봅니다.

이런 복지 시스템이 계속되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됩니다. 중남미 국가처럼 성장은 지체되고 분배는 악화될 겁니다. 지난 10년간 우리 인구구조는 ‘항아리형’으로 성장의 최적 구조였습니다. 세계경제도 유례없는 호황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이= 박 의원께서 대립되는 논쟁의 한 축을 충실히 대변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극화의 결과를 원인으로 연결하는 오류를 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무한경쟁은 불균등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한국이 세계 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세계화의 흐름을 일개 국가로서는 거역할 수 없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양극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국가별로 사회적 완충시스템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양극화 정도가 완화될 수 있는데도, 한국은 부작용을 완화하고 재분배 효과를 보는 사후적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세전소득과 세후소득을 지니계수로 표현하는데 우리는 그 변화율이 약 5%도 안 됩니다. 스웨덴 등 북구 국가에서는 그 변화율이 50%에 달합니다. 세금과 사회복지정책에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많이 누린다는 것이죠.

박정희 시절부터 타파되지 않는 취약한 경제구조도 문제입니다. 수출기업이 내수기업과 분절된 상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기업이 독점적 경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박 의원께서 대기업 노조 때문에 중소기업 부담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노조 없는 삼성도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로 부를 편취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폈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양극화 흐름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더라도, 국내부문은 사회정책을 통해 국민 삶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복지지출 확대가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_논의를 좁혀 지난 10년을 보도록 하지요.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성장동력이 약화한 기간으로 보고 현 정부는 정경유착 등의 모순 때문에 터진 외환위기를 극복한 기간이라고 주장합니다.

박= 지난 10년 동안 성장과 분배가 악화됐습니다. 사회복지 부문을 보면, DJ정부와 참여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내걸고 복지 지출을 늘렸습니다. 매년 이 분야 예산이 13%씩 늘었는데 일반회계 증가율(8%)보다 훨씬 높습니다. 올해 예산 213조원 중 61조원이 사회보험 예산이고 건강보험 20조원까지 합치면 복지예산 비율은 재정의 37~38% 정도에 달합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했지만 소모적인데 투입된 게 문제입니다. 일하는 복지, 시장친화적 복지 쪽으로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보건ㆍ의료의 경우, 직장의보와 지역의보를 통합했고 의약분업을 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건 좋지만 교육문제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수요독점자의 지위에서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억제했습니다.

의료보험 서비스와 보장성을 양적으로 확대하면서 정부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자연 보건의료 사업의 위축, 공급자의 사기 저하, 보건복지부 당국과 각종 이해관계의 불신 심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을 개편했는데 10년 이상 다니면서 꾸준히 연금보험 낸 사람이 한 푼도 안 낸 사람보다 노후 보장이 적게 되는 사태까지 우려되므로, 최근에는 필리핀 가서 살겠다는 노후탈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생각이 다릅니다. 참여정부나 DJ정부는 무한 경쟁시대에 국민들의 삶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했습니다. 분배정책을 너무 많이 편 게 문제가 아니라 더 써야 하는데 쓰지 않았던 것이 문제입니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국내ㆍ국외의 양극화 요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박 의원께서 ‘공급자 중심’ 경제학을 말씀했는데, 그건 미국 레이건 시대에 이미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 경기가 부흥된다는 논리는 경제학적으로도 마이너한 이론이고 현실에서도 상위 일부의 이익만 보장할 뿐 대중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미국과 사회보장체계가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를 보면 어느 국민이 더 잘 살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알게 됩니다. 예컨대 핀란드는 교육 경쟁력이 세계 1위인데,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시장에서 복지정책을 축소시키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탄탄한 분배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깔아 누구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구축했습니다.

그런 안정성이 위험한 아이디어까지도 생업현장에 시도하는 창의적 발상을 가능케 했고 높은 경제수준과 복지수준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_처방을 내려면 우선 우리나라의 성장과 복지가 어느 수준인지 진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성장과 분배는 함께 간다고 봅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도 경제발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복지가 확대됐습니다. 77년 조합주의 방식의 의료보험, 88년 국민연금 도입, 95년에 고용보험 도입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소득수준이 낮으니까 복지지출도 그만큼 낮다고 보면 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사회보장지출 통계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국민부담을 OECD기준으로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징집된 사병에게 월급을 줄 경우 들어가는 비용, 고등학교 의무교육이 되지 않아 학부모가 내는 육성회비 樗?감안하면 국민의 실제 부담은 정부 발표 수치보다 1.6배나 많습니다. 외형적 사회복지 지출액이 낮은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을 감안하면 OECD 수준에 근접할 겁니다.

경제성장은 지난 4년간 연 평균 4%에 못 미쳤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졌으니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웃 경쟁국, 예를 들어 홍콩은 9% 성장을 했습니다. 세계적 호황기에 우리만 낮은 수준의 성장을 했습니다. 투자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제성적은 중간 정도라고 봅니다. 수출, 1인당 GNI, 주가지수 등 양호한 지표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4%대는 중국을 예외로 한다면, 세계 10위권에서는 그렇게 박한 수치는 아닙니다. 홍콩처럼 작은 도시국가는 비교대상에서 제외해야겠지요.

그러나 경제의 질은 안 좋습니다. 경제가 잘 되든 안되든 양극화로 인해 삶의 질이 나쁘기 때문에 불만도 많고 미래 전망도 어둡습니다. 국민 불안은 낮은 복지수준 때문입니다. 우리 복지지출은 GDP 대비 8%로 OECD 평균의 3분의1 수준입니다.

보육이나 노인부양, 노후생활 대비, 건강, 주거 등 기초적인 부분에서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소득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낍니다. 갑자기 소득이 격감하면 기본적 생활조차 안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안심되는 현상은 우리 생활의 단면을 나타내면서 성장의 한계와 연결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성장 자체를 위한 패러다임은 바꿔야 합니다. 복지를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 누구나 기본적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해 창의적 동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성장의 비법입니다. 지식사회에서는 인적 능력이 경쟁력입니다.

_우파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고 중도진보에서는 '양극화가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는다'며 복지나 인적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뭘까요.

박= 복지수준이 많이 올라왔는데도 살기 어렵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소득이 1만8,000달러였을 때를 분석해보면 이미 우리 복지는 OECD 평균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요양보험 등을 계속 확대하면 사회보험료는 소득의 15%까지 확대됩니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한 국민 총부담율 33%에다 15%포인트를 올리면 국민부담율은 48%까지 올라갑니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입니다.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성장을 해야 하고, 성장하려면 복지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사회복지는 고용창출,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투자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생산적 복지를 지향하고 인적ㆍ사회자본 투자, 사전 예방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도 포기한 복지국가의 과거 모형을 답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근로복지라고 하는 워크 페어(work fare)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복지정책이 국가 독점배급형이 아닌 시장친화형, 즉 민간 부문과 함께 경쟁하는 체제가 돼야 합니다. 아울러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하며 일하려는 욕구 및 계층간 이동의 희망을 부추기는 게 중요합니다.

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 지출이 시혜적이고 근로의욕을 상실하는 쪽으로 돼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구성을 보면 가장 높은 게 퇴직금(30%)이고 다음이 국민연금, 건강보험 순입니다. 퇴직금이나 보험 성격의 지출이 높기 때문에 근로의욕이 상실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절대빈곤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인본주의적 지원도 못하고 있습니다. 빈곤인구가 500만~800만 명인데 기초생활보장제 대상자는 170만명 정도이고 나머지 차상위계층에 부분적 지원만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법이 뭐냐고 했을 때, 성장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극단적으로 아니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도한 강조는 문제입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 모든 걸 해결할 거라는 정치권의 안이한 발상은 문제입니다.

성장을 하고 일자리를 늘리되 늘어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세밀한 맞춤형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서 워크 페어(work fare)보다는 잡 페어(job fare)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네가 일하면 그만큼 맞춰서 줄게'라는 워크 페어는 천박한 미국식 제도입니다.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이 생기면 추가적 소득을 준다'는 건 허망한 얘기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재충전해서 어떤 일자리를 취득하게 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보살피는 적극적 노동시장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GDP의 0.37%만 사용하지만 네덜란드는 4%를 씁니다.

일자리 없는 성장이 현대 성장의 특색이므로 국가가 필요한 돈을 써야 합니다. 무조건 '경제가 잘되면 일자??늘어난다'는 식은 저질의 일자리만 양산하게 됩니다. 성장과 분배가 촘촘한 선순환을 이뤄야 합니다. 더 많은 복지가 강조돼야 합니다.

_양극화 주요 원인으로 비정규직 증가가 꼽히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직업의 안정성은 어느 수준에서 조율돼야 합니까.

이=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측면에서 일정 정도 필요합니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해고하기 쉽다면 다른 불이익은 없어야 하는데, 해고도 쉽고 불평등하다는 겁니다.

유럽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신이 해법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목적 싸움보다는, 해고는 어느 정도 인정하되 처우 문제를 개선하면 일차적 문제는 풀립니다. 나아가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직업훈련, 직업알선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도록 해야 합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직종 사이에 호환, 직무간 유연성이 높아지도록 직업훈련이 병행되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 . 이는 정규직 위주로 노조가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이익만 관철하는 노조에 비해 비정규직은 다른 모든 조건에서 불이익이 큽니다. 여러 가지 사회보험제도도 비정규직에게 보장돼야 합니다. 우리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선진국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그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 축소에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_현 사회복지 정책 전반을 진단해보도록 하지요.

박= 국가가 획일적 배급형으로 서비스를 제공, 민간의 선택과 자율이 무시되면서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소년ㆍ소녀 가장한테 대통령이 연말 선물로 '팔도의 명차'를 보낸 것이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사치성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상당합니다. 4인가구가 생활보호 대상자로 선정되면 월평균 130만원 받는데, 이는 단순노무직 임금 110만원보다 높습니다. 당연히 일을 하지 않죠.

대기업 회장에게도 노인복지수당 주고, 지하철 무임승차도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생산품의 의무 구매제도도 문제입니다. 시장친화적으로 가야 합니다. 장애인 업체의 경쟁력이 최고가 되도록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복지체계의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 수요를 독점하는 관치복지가 아닌 시장친화적 다원복지로, 사후적 복지가 아니라 예방복지로, 묻지마 복지가 아니라 맞춤형 복지로, 제로섬 복지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상생복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 복지제도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복지제도가 경제발전, 사회통합, 국민행복을 위한 중요한 축이 돼야 합니다. 우리 복지는 소득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사후적, 잔여적 복지입니다.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람만 끝부분에서 국가가 좀 도와주는 ''.

보편적 복지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방적 제도로 누구나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서구 복지의 핵심입니다. 국가나 사회가 제도를 통해 미리 여러 위험에 대비시켜주는 것이죠.

경제 동력을 떨어뜨리고 소모적이지 않겠느냐는 발상은 불식돼야 합니다. 보육과 의료부문 등에서 공공성이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인적자본이 중시되는 흐름에 맞춰 사람중심론의 방식으로 선진국 수준의 복지제도를 구축해야 경제도 살리고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 조철환기자 chocho@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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