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1시, 경복궁 기별청의 유화문 앞. 옆으로 길게 늘어선 행각들 사이로 노란 조끼를 입은 견공(犬公) 두 마리가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기둥마다 앞발을 올리고 유심히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한 기둥 앞에서 컹컹 짖기 시작하는 견공들. 나무 틈 사이에서 ‘목조 문화재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죽은 흰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떼로부터 목조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탐지견들이 나섰다. 문화재청은 마약이나 폭발물 탐지 등에 동원되는 탐지견을 흰개미 피해가 우려되는 문화재 현장에 투입키로 하고, 경복궁에서 현장 시연행사를 가졌다.
이날 현장 시연을 선보인 견공들은 ‘우리’(4세)와 ‘보람’(3세)이로,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협약을 맺은 삼성생명 탐지견센터 소속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English Springer Spaniel)종 수컷이다.
5월부터 흰개미 색출을 위해 훈련을 받아온 우리와 보람이는 이날 시연팀이 나무 틈에 미리 넣어둔 죽은 흰개미를 찾아낸 데 이어 흰개미와 곰개미, 일본왕개미, 볼펜잉크 등이 각각 담긴 8개의 깡통에서 흰개미 깡통을 귀신처럼 골라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볼펜잉크는 흰개미조차 구분 못할 정도로 흰개미와 냄새가 동일하다.
현재 국내 지정 문화재 9,612건 중 목조 문화재는 27.3%에 해당하는 2,624건. 이중 흰개미 피해를 본 목조문화재가 20%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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