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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닛코' 역사유산·대자연 파노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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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닛코' 역사유산·대자연 파노라마처럼

입력
2007.11.0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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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日光)를 보지 않고서 멋있다는 말을 하지 말라.’

일본 도치기현의 소도시 닛코에 대한 일본인의 자부심을 드러낸 속담이다. 굳이 그 자부심의 연원을 찾겠다는 목표는 없어도 좋다. 대개 3박4일 이내의 짧은 일정으로 떠나는 일본 여행에서 자연과 역사가 함께 숨 쉬고 있는 곳을 찾고 싶다면 닛코로 발길을 돌려보라.

도쿄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 남짓 걸리는 닛코는 웅장한 난타이산(男体山ㆍ2,484m)의 넉넉한 품 안에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유해가 있는 도쇼구(東照宮) 등 화려한 문화 유산들이 한 데 모여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 경관이다.

■ 조선통신사의 흔적

닛코 시내에 들어서면 키가 족히 40~50m는 될 법한 삼나무들이 37㎞의 길이로 늘어선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닛코스기나미키(日光杉並木)라는 이 길은 이에야스의 33주기에 맞춰 20만 그루의 삼나무를 심어 조성된 것으로, 현재 1만3,000여 그루가 남아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삼나무 그늘 사이로 호젓하게 흙 길을 걸어본다.

되도록 많은 곳을 보고 돌아가겠다는 강박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현대인들이 여행을 떠나는 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이 같은 여유를 맛보기 위함이 아닐까.

이 길에 정감이 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우리 선조의 발자취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400년 전 임진왜란으로 불편했던 조선_일본간 문화교류의 창구 역할을 담당한 조선통신사가 이 길을 따라 닛코를 3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조선통신사의 최종 도착지는 원래 에도(江戶ㆍ지금의 도쿄)였으나 도쿠가와 막부가 자신들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 막부를 연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닛코 방문을 적극 권유했다.

올해로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맞아 닛코시 측은 당시 조선통신사가 묵었던 숙소 터에 양국의 선린관계를 알리는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과 연관된 것을 발견하는 경험은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다.

■ 화려함의 극치 ‘도쇼구’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닛코의 중심은 바로 도쇼구다. 주변의 삼나무들이 도쇼구의 위용을 감추고 있지만 일단 경내에 들어서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에야스의 손자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가 1617년 56만냥의 금과 1만5,0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재건한 도쇼구는 닛코의 유적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1655년 조선통신사의 종사관으로 닛코를 방문했던 남용익의 <부상록(扶桑錄)> 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좌우의 절은 구리쇠 기와로 덮고 황금으로 꾸민 것이 몇 백간인지 알 수 없는데 조각의 교묘함과 건축의 화려함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다.”

그로부터 40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세월의 더께는 외려 도쇼구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도쇼구의 건물들은 황금 뿐만 아니라 총 5,000여 개에 달하는 조각으로 치장돼 있다. 그 가운데 요메이몬(陽明門)은 화려함의 극치. 금과 518개의 중국식 조각들로 치장한 이 문은 에도시대의 조각예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 보여준다.

새겨진 조각들을 보고 있자면 해가 지는 줄도 모른다고 해서 히구라시노몬(日暮門)으로도 불린다. 요메이몬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기둥에 새겨진 문양이 나머지와 다르게 그려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서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일부러 그렇게 새긴 것이라 한다. 요메이몬 아래에는 인조가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에 선물한 범종이 있으니 놓치지 말라.

도쇼구에는 세 가지 동물 조각이 유명하다. 마구간 건물에 새겨진 산자루(三猿)는 눈과 입 그리고 귀를 막고 있는 세 마리의 원숭이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집살이 3계명과 유사한 의미로 인간의 처세술을 상징한다. 이 밖에 이에야스의 무덤으로 가는 길엔 네무리네코(眠むり猫ㆍ잠자는 고양이) 조각과 코끼리를 상상해서 만든 조각이 있다.

한편 요메이몬을 지나 오른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이에야스의 무덤이 나온다. 도쇼구의 휘황찬란함에 비해 이에야스의 무덤은 너무 소박하다. 그러나 전후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대망(大望)> (원제 <도쿠가와 이에야스> )에서 드러난 현실적이고 냉철한 이에야스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이에미쓰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나라를 지키는 호국의 신으로 추앙하기 위해 이 곳을 화려하게 재건했지만 정작 이에야스의 뜻도 과연 그러했을까.

■ 난타이산의 절경까지

도쇼구 주변의 문화유산을 보고 난 뒤 난타이산까지 오른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 닛코 시내에서 주젠지 호수행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면 이로하자카(いろは坂)라는 언덕길을 만난다. 우리나라 속리산에 있는 말티고개처럼 구비구비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난타이산의 절경과 용암을 뿜어냈던 거대한 분출자국을 볼 수 있다. 오르막길을 넘어서면 난타이산 전망대?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나온다.

이로하자카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일본 3대 폭포 가운데 하나인 게곤노(華嚴の)폭포가 있다. 낙차가 97m에 달해 웅장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떨어지는 폭포 줄기를 집중해서 보고 있노라면 물줄기는 정지해 있는데 마치 주변의 바위들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착시현상에 빠진다.

폭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난타이산의 화산 분출로 형성된 주젠지(中禅寺)호수가 있다. 해발 1,270m 지점에 형성된 이 거대한 칼데라 호수는 둘레가 27㎞, 최대 수심은 163m에 달한다. 쪽빛 호수에 비친 난타이산의 봉우리의 모습들이 절경이며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보일 정도로 투명함을 자랑한다. 이 곳에서는 낚시와 유람선 관광을 즐길 수 있으며 호수 주변으로 가로수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면서 산중 호수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 여행 수첩

▲도쇼구 주변에는 이에야스의 손자 이에미쓰의 사당 다이유인(大猷院)과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 가운데 하나인 린노지(輪王寺), 후타라산(二荒山)신사 등 여러 문화유산들이 있다. 문화유산만 볼 요량이면 도쿄에 숙박지를 구해도 되지만 난타이산이나 온천까지 이용하려면 닛코 주변에서 숙박시설을 구하는 편이 낫다. 호텔 예약은 라쿠텐 트래블(http://kr-travel.rakuten.com), 닛코 관광정보는 닛코 관광협회 홈페이지(http://www.nikko_jp.org) 참고.

▲닛코 주변에는 온천들이 즐비하다. 주젠지 호수 주변에 유모토(湯元) 온천, 고토쿠(光德) 온천, 주젠지(中禅寺) 온천 등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기누가와(鬼怒川) 온천. 기누가와 온천은 닛코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대중탕 이용 가격은 1인 당 500~600엔(한화 4,000~5,000원) 수준.

▲기누가와 온천 부근에는 나무배를 이용해 급류타기를 체험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민속촌처럼 에도시대의 거리 풍경을 재현한 닛코 에도무라(江戶村)가 있다.

▲닛코의 음식은 콩으로 만든 유바(ゆば)가 유명하다. 난타이산을 중심으로 산악신앙이 성행하던 시절 승려와 수행자들이 두유를 끓일 때 표면에 생기는 막을 건져 여러 겹으로 만든 유바로 단백질을 섭취했다고 한다.

▲닛코는 도쿄의 아사쿠사(浅草)역이나 신주쿠(新宿)역에서 토부(東部) 닛코선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약 2시간 소요. 전닛코패스(All Nikko Pass)를 구입하면 4일간 닛코 지역과 주젠지 온천, 유모토 온천행 토부 버스 및 닛코에서 키누가와 온천과 시오바라(塩原) 온천행 토부 전철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4,400엔(한화 약 3만5,000원). 토부 철도 연결정보 사이트(http://www.tobuland.com)에는 한국어 설명도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차가 없다. 그러나 일본이 해가 50분 정도 일찍 뜨고 저녁에 해가 그만큼 빨리 진다. 따라서 아침 일찍 관광을 시작하는 편이 낫다.

닛코(일본)=글ㆍ사진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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