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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되돌아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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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입력
2007.11.0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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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386'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을 비난하는 좋은 구실이 되어왔다. 입으로는 이상적인 정책과 시민의 책무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은 갑남을녀와 똑 같은 사익을 추구한 공직자나, 뇌물을 먹고 거간까지 한 운동권 출신들의 면모가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진보세력의 정당성 자체가 공격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가 온갖 악소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타락한 민주인사'에 대한 실망감이 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으로 번져갔기 때문일 것이다.

● 버릴 것은 권력형 운동권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 차관을 한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많이 맡았다는 점에서 분명 이 권력은 10년째 이어온 권력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권력에로 옮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 다음 정부는 어떤 정부여야 할까는 생각해봐야 한다. 권력교체가 중요하다고 그동안 한국사회가 이뤄온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정부여서는 곤란하다. 현재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정부여야 한다.

흔히들 보수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엄청난 것을 이뤄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김영삼 정부까지 포함해서 15년이다.

김영삼 정부는 전두환 노태우 양씨가 몸담은 정당의 대표로 탄생했지만 집권세력의 구성에서나 정책에서 이전 정권과 확연히 달랐다.

비록 국제금융기구(IMF)의 구제금융을 빌어쓸 정도로 경제운용은 힘들어졌지만 금융실명제나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경제적인 투명성과 정치적인 올바름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사회가 발전할 기틀이 됐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해서 북한에 대한 이유없는 두려움을 몰아낸 것만으로도 한국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북한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북한과 연결시켜서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북한이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불쌍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국민이 알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또다른 공은 호남차별론이 사라진 것이다. 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차별받는 것도 사라졌지만 호남차별을 이유로 정당한 비판을 비껴가던 상황도 졸업할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호남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용된 사람 가운데 일부의 무능과 구태는 노무현 정부에서 '타락한 민주인사'가 안긴 실망감과 비슷했다. 역설적으로는 이런 실망감이야말로 김대중씨를 지지한다고 모두 민주화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를 발전시켰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생긴 '타락한 386'에 대한 실망감도 이런 관점으로 볼만 하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면 무조건 훌륭하게 보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니 바람직하다.

정치적인 야심 때문에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거나 권력과 명예를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의로웠던 사람도 있다는 점을 사회가 공유하면 된다. 그래야 노무현 정부에서 '민주화 한풀이'를 졸업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숱한 진보정책을 펴고도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렇게 권력층 안에 짝퉁 민주화 인사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동산 정책을 잘 내놓은들 공직자 가운데 부동산 값이 오르길 바라듯이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 거짓말, 부패로 되돌아가서야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이것을 입안하고 성사시키려 한 진정한 진보세력까지 파묻어서는 안된다. 현실가에 가까이 간 부동산 과세정책이나 지방을 살리려는 원칙만큼은 바람직한 것이다. 정치자금면에서 과거보다 깨끗해진 것 역시 이 정부의 성과이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깨끗한 세력이 이 권력 안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권력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후보라도 권력교체만 되면 좋다가 아니라 현재 정권보다는 더 깨끗하고, 더 전문성 있고, 짝퉁이 덜한 집단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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