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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후보를 바꾸겠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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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후보를 바꾸겠다니요

입력
2007.10.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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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정치권 호사가들의 입방아쯤으로 알고 후배 기자들에게 취재를 시켰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다. 정말 출마할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이건 1996년부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취재했던 필자의 머리 속에 쌓이고 그려진 그의 모습이 아니다.

생각이 길어진다는 것은 출마에 마음이 있다는 신호다. 좋지 않은 여건 속에 어떻게 명분을 세우고, 세를 규합할지 현실적 문제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출마를 하든 안 하든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놀라움은 그가 대선판도를 흔들어, 즉 보수진영을 균열을 가져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승리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건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 지지자들이 걱정할 일이다. 헌법에 대권 3수(修) 금지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상대의 네거티브 때문에 억울한 패배를 당했으니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신이 도덕성과 자질에서 이 후보 보다 못할 게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왜 무모한 선택으로 잘 쌓아온 평판을 사장시키려 하느냐는 지적도 인생은 본인 것이니 길게 말할 바가 못 된다. 특정 세력 또는 후보의 이해나 막연한 정치도의 같은 것은 그를 비판할 완벽한 논거가 될 수 없다.

이 전 총재는 평생의 모토로 삼아온 '원칙'을 깨고 있다. 그가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의 후보가 이 후보에서 자신으로 바뀔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서다.

이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를 받아 지지율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 사퇴를 거부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타 출마마저 막을 경우 스스로 보수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건 이 전 총재에게 매우 낯익은 설정이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의 집권을 위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라도 바꿔야 한다는 것은 10년 전 가을 신한국당 후보였던 그를 무던히도 괴롭힌 주장이다.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하자 비주류는 후보 교체론을 들고 나와 이 전 총재를 흔들어 댔다. 당시 비주류의 선봉이 지금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었다는 점은 공교롭다.

그 때 이 전 총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내에서 후보교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민주정당으로서의 자기 부정이다. 이 시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을 분해하자는 것이다. 총재로서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보다 민주주의 절차와 룰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한 가치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스타일과도 부합한다고 느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당원이다. 법적 당원이 아니라도, 대선후보를 두 번이나 한 그는 영원한 당원일 수밖에 없다. 이런 그의 출마는 10년 전 자신의 말을 뒤집는 후보교체 시도이자, 사실상 경선 불복이다. 그것도 앞으로 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질 것 같으니까 출마해서 대비하겠다니 그와 어울리지 않은 옹색한 발상이다.

'3기 좌파정권 출현저지' '보수 가치 수호' 등 목표가 아무리 절실해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변칙으로는 안 된다. 이 전 총재이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유성식 정치부장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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