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보너스 포인트 적립 가맹점을 안내해줬으면…"
한 직원의 제안은 평범하다 못해 단순했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의 댓글이 달리고 달리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가서비스가 탄생했다. 삼성카드가 업계 최초로 내놓은 '존(Zone) 서비스'는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직장 또는 거주지)의 가맹점에선 특별한 할인 및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내가 모여 강이 되듯 직원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를 모아 톡톡 튀는 카드 부가서비스로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꼬리 잇기' 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객을 유혹하는 명절 이벤트, 새로운 부가서비스 등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인해전술의 시대는 갔다. 기발한 전략만이 살길이다.' 최근 카드업계의 화두다. 무리한 회원 늘리기 경쟁과 물량공세로 카드대란을 자초했던 카드업계가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적과는 차별화한 서비스, 전문화한 혜택 등 각종 아이디어를 탑재한 카드가 이들의 신형무기다. 엇비슷한 할인적립 우대 등 부가서비스로는 고객의 지갑에서 잠자고 있는 자사 카드를 꺼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규 회원 확보가 가장 손쉬운 승부수겠지만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9,220만장, 1인 당 3.9매(경제활동인구 2,369만명 기준)다. 메인 카드와 사이드 카드를 제외하고도 2장의 카드가 더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카드대전은 유효회원 점유율이 아닌 '지갑 점유율'이 중요하고, 길거리나 영업망이 아닌 주머니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면카드의 이용률과 이용금액을 늘리는 일이 우선이 됐다. 이재우 통합 신한카드 사장이 이 달 1일 취임사에서 "외형확장보다는 내실, 고객만족에 힘쓰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남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면 그만이겠지만 부가서비스 총량을 제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발목 잡혀 여의치 않다. 결국 '지갑 속 열전(熱戰)'의 핵심은 아이디어다.
특히 전업계 카드의 아이디어 서비스 및 상품이 돋보인다. 각 사의 개성이 뚜렷한 포인트 전용카드, 미리 쓰게 하는 선(先)포인트 및 세이브포인트, 카드 영역을 넓히는 다자간 제휴 및 멀티네트워크 등.
현대카드는 테니스(패더러-샘프라스) 피겨스케이팅(김연아) 슈퍼콘서트(비욘세) 등 차별화한 스포츠 문화마케팅으로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실제 카드실적도 올리고 있다.
신개념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 브랜드로 불리는 '프리비아' 역시 현대카드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 심지어 투명, 미니, 색깔 있는 테두리 등 카드 외형도 아이디어로 넘쳐 난다.
삼성카드는 최대 5명 가족이 함께 상환할 수 있는 '패밀리 세이브 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면, 카드 구매 물품에 대해 도난 및 파손까지 책임지는 '구매물품 안심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여 앞서가고 있다.
아시아 1위 카드, 은행계의 맹주라 할 수 있는 통합 신한카드는 금융 전 분야의 포토폴리오가 가장 잘 갖춰진 신한금융그룹 네트워크가 바로 아이디어의 보고다.
이색 아이디어보다는 은행 증권 보험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 통합상품(LOVE카드)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연구비, 장애인, 화물운전자, 개인택시 운송사업자, 국민연금 New-Life 카드 등 경쟁사는 진입하기 어려운 공공부문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개척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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