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의미는 없습니다. 농촌 분들에게 예술이 꼭 거창한 게 아니라 가까이에도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죠.”
30일 경기 양평군 양동면 삼산리 단석초등학교 삼산분교.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한 걸로 봐 폐교가 된 지 오래됐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단층짜리 학교건물 외벽이 산뜻하게 단장됐고 교실도 할로겐 램프가 켜져 있어 훤하다. 운동장 한쪽에는 대형 무대가 마련돼 있다.
이 곳은 문화관광부가 문화 나눔을 위해 전국 15개 소외지역에서 펼치는 공공미술 사업의 하나로 공공미술단체 ‘FIBA’와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합해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문화공간 ‘혜윰’(‘생각’을 뜻하는 우리말)’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 교실은 전시관, 카페, 추억의 교실 등으로 꾸몄고 운동장에는 지압장과 무대, 소망나무 등을 설치했다. 야간 경운기 사고가 많다는 주민들의 말에 예쁜 야광판을 만들어 경운기 뒤에 달아주기도 했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미술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종희 예술감독은 “땅 따먹기 놀이를 응용해 바닥에 설치작업을 하자 아이들이 ‘이것도 예술이 되는 거냐’며 놀랐다”면서 “거창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구비구비 길을 돌아야 할 만큼 첩첩산중인 이 곳에서는 28일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두 달 동안 이 학교를 예술마당으로 꾸민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준공 기념식을 연 것이다.
학교가 확 바뀐 것도 아니고 차려진 술과 안주도 조촐했지만 잔을 서로 권하며 노래 몇 소절 부르니 경계는 금방 허물어져 버렸다.
이 마을 최봉주(55) 이장은 “처음에는 폐교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닌가 하여 주민들 사이에 경계의 눈초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근사한 문화공간을 마련해준 데 대해 고마워하며 주민들이 먼저 도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혜윰’ 관계자는 “도시민들이 찾아오고 현지인들은 반기는 만남의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음악 및 연극공연을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평=글ㆍ사진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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