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전례 없는 ‘한탕주의’ 선거로 치닫고 있다. 대선이 30일로 D-50일을 맞았지만, 후보구도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불확실성이 대선 정국을 휘감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로 인한 상대후보 몰락, 합종연횡에 따른 판세 반전 등 막판 드라마를 꿈꾸는 기회주의만 득세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공학만 판친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정책 공약과 인물 됨됨이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포지티브 선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은 언제 사라질지 모를 정당과 후보들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은 범 여권에서 더 두드러진다.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등은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여전히 동상이몽이다. 정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일인 11월25일을 후보단일화 시한으로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국민이 후보를 비교ㆍ평가할 시간은 불과 20여일 밖에 안 된다.
30일 창조한국당을 창당한 문 후보측은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내달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이 후보가 ‘충청 대통령론’을 앞세우며 지역주의 조장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도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언제든 후보간 주고 받기를 통해 대선 무대에서 퇴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역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난기류에 빠졌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출마여부에 대해 “아직은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심은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가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추락을 기다리며 출마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후보 검증 실종과 정당정치의 붕괴를 우려한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언제든 정당을 만들어 후보가 될 수 있고, 단일화도 할 수 있는 범 여권의 풍토와 한나라당의 불안정한 상황이 대선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정당정치가 안정화되고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선거구도가 유동적으로 흐르면서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며 “후보 단일화를 선거 막판에 한다면 정책 통합과 정책 개발은 어떻게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책임정치 보다 정치공학을 앞세우면서 정당정치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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