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유엔가입 움직임으로 극단으로 치닫던 중국 대만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중국 정부가 대만과의 협상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에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측근이었던 옌밍푸(閻明復ㆍ76) 전 중앙통일전선부장을 내정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30일 옌 전 부장이 조만간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해협회 회장직 제안을 수락할 것 같다고 전하면서 양안 관계의 해빙을 점쳤다.
중국의 조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5일 대만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직후 나온 후속 조치로, 내년 3월 대만 총통 선거 이전까지 대만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내년 총통 선거를 위해서는 대중관계의 긴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대만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옌 전 부장은 톈안먼(天安門) 시위의 무력진압에 반대한 자오 전 총서기 축출과 함께 모든 공직과 당직에서 해임됐으며 1991년 민정부 부부장으로 부분 복권됐던 인물로 공산당내 비주류이다.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옌 전 부장은 가족들이 대만 정ㆍ재계 인사들과 폭 넓은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회 회장은 양안 관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 실린 중국 지도부의 의중은 분명하다.
전임 회장인 왕다오한(汪道涵)은 2005년 12월 사망하기 전까지 대만측 협상 파트너인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구전푸(辜振甫) 회장과 양안 관계를 물밑에서 좌지우지해왔다.
양안 관계에서는 공식적인 교류채널보다 민간단체의 성격을 띤 단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옌 회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이 옌 회장을 통해 대만측에 상당한 평화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진당 원로인 훙치창(洪奇昌ㆍ56)을 해기회 회장으로 임명한 대만은 독립 노선을 노골화하는 상황이어서 해협회와 해기회의 대화가 순탄할지는 낙관할 수 없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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