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승무 예능보유자인 이애주(60) 서울대 교수가 다음달 9일 과천시민회관에서 <경기 몸짓의 원류를 찾아서> 라는 제목의 공연을 한다. 승무, 살풀이, 태평무, 북춤, 바라춤 등을 제자 30여명과 함께 선보인다. 경기>
이 교수는 1987년 ‘시국춤’으로 민주화 항쟁에 열기를 더했던 주인공. 6월 26일 평화대행진 서울대 출정식에서 바람맞이춤을 췄고, 이한열의 장례식에서도 한풀이춤으로 망자의 넋을 위로했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상생평화의 춤을 췄다.
이 교수는 “20년 전 시국 춤은 시대 정신이 전통춤의 역동성과 만난 것”이라면서 “둘은 다른 것이 아니고, 새로운 창조를 통해 전통에 더욱 깊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국춤을 춘 뒤 그는 승무를 물려준 스승 한영숙 선생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고 했다. “그때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모든 게 돌발적이어서 미리 말씀드릴 겨를이 없었어요. 충격이 크셨지만 89년 타계하실 때는 모든 걸 이해해주셨습니다.”
스승의 타계 이후 전통춤 연구에 집중하며 국내외에서 공연해온 이 교수는 이번 무대에 대해 “나의 정신과 춤 세계를 총정리했다. 춤의 본질과 본성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회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통춤 공연에서는 대개 앙코르가 없지만, 박수가 많이 나오면 바람맞이춤을 해보라는 권유도 받는다”며 웃었다. 내년에는 87년 연우극장에 바람맞이춤을 처음 올렸을 때 연주를 맡았던 김덕수를 비롯한 사물놀이패와 다시 한번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 교수는 과천의 연습실과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춤을 깨달음의 한 과정으로 여겨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한국정신과학학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74년 첫 공연 때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무용 공연’이란 말 대신에 ‘춤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그는 “춤꾼이라 불릴 때 가장 편안하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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