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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6) 오준호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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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6) 오준호 KAIST 교수

입력
2007.10.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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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로봇이 두 발로 걷고, 악수하는 게 그리 중요할까. 단순히 ‘쇼’를 위한 휴머노이드 개발은 막대한 돈과 연구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53) 교수의 생각은 이랬다. 그러던 그가 이제 우리나라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일본 혼다의 ‘아시모’와 비견되는 ‘휴보’ 개발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휴보는 매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첨단기술전시회인 ‘넥스트 페스트’의 상징이 되어 행사 때마다 휴보의 간판이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장식한다.

토리노올림픽, 세계원자력기수(IAEA) 총회 등에도 초청 받아 참석했다. 지난해 미국 방송사 CNN이 50년 뒤 인간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바이오와 로봇을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 <퓨처 서밋> 에도 출연했다.

자동제어를 전공한 오 교수가 휴머노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시모 때문이다. 2000년 아시모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일본이라고 외계에서 부품을 가져왔겠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정부 지원은 늘 퇴짜였다. 하는 수 없이 기존 연구비를 모아 5,000만원 정도로 연구를 시작했다. 2002년 시범 모델인 KHR-1, 2003년 KHR-2를 거쳐 2004년 역작 휴보가 탄생했다.

휴보를 개발할 땐 정보통신부로부터 1억5,000만원을 지원 받았는데 3년의 기간을 오 교수 스스로 1년으로 줄이는 무모한 모험을 감행했다. “어차피 일본 따라가는 건데 질질 끈다고 될 건 아니라는 판단이었죠. 하여튼 미친 듯이 1년 만에 휴보를 만들었는데, 지금 제가 생각해도 그 완성도가 믿어지지 않아요.”

오 교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사회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실제 로봇의 과학적 의미만큼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로봇에 대한 태도가 서구와 한국·일본이 다릅니다. 서양 영화를 보세요.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지능이 발달하면 사람을 공격하고 지배하려 하죠.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아이로봇> 모두 그렇잖아요? 실제로도 군사용 로봇을 많이 연구합니다.

하지만 일본·한국 만화 <마징가z> <태권브이> <아톰> 을 보세요. 로봇이 인류를 위해 악의 무리를 물리치잖아요? 일본에서 아시모가 나오고,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로봇 헌장이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는 서비스 로봇의 실용화 자체는 여전히 낙관하지 않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서비스 로봇에 가장 앞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휴보에 대해 가장 자랑스러운 기술이 뭐냐’는 물음에 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손가락 다섯 개 움직이는 것 등 몇가지 나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짧은 시간에, 저예산으로, 단독 실험실에서 아시모와 비견될만한 휴머노이드를 만들었다는 사실, 그래서 전세계 과학자에게 나도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불어넣어준 것이야말로 휴보의 가장 큰 의의입니다.”

■ 오준호 교수 약력

-연세대 기계공학(학·석사),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기계공학(박사)

-1985년~현재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2006년 정진기언론문화상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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