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포도주 평론가인 ‘와인의 제왕’ 로버트 파커의 공정치 못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폭로하는 책이 최근 프랑스에서 출간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파커 밑에서 8년 동안 일한 안나 아고스티니가 집필한 이 책은 그가 시음하지 않은 와인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호화 접대를 한 업자의 와인을 호평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불공정한 전횡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파커: 신화의 해부> 라는 책에서 아고스티니는 파커가 2005년 보르도 와인 가이드북에서 ‘드메이누 드 조가레’를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등급을 주고 2~6년 뒤에 마시도록 추천했지만 이는 ‘아는 사람 봐주기’의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실제로 파커는 아고스티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런 와인을 마셔보기는커녕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아고스티니는 또 파커가 업자들로부터 향응을 받으면 자신의 책에 그들의 와인을 다루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아 와인 테이스터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고스티니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와인 시음회와 품평회를 기획했으며 97년부터는 파커가 발행하는 격월간 전문지 <와인 애드버케이트(the wine advocate)> 와 그의 저서들을 불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때문에 파커의 와인 평가 과정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다. 와인>
아고스트니는 “그는 가이드북을 최신 내용으로 수정하는데 게을리 했으며 자신을 와인 소비자의 수호자라고 자처했으나 실제로는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저 오류 투성이의 결점 많은 책을 팔려고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파커 측은 아고스티니가 2003년 부정회계 의혹으로 해고된 데 앙심을 품고 이처럼 터무니 없는 책을 썼다면서 반박했다. 아고스티니가 책에서 파커의 측근으로 지칭하면서 그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처럼 묘사한데 불만을 품은 일부 와인 제조업자들도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책 내용 중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진다.
한편 파커는 90년대 영향력과 명성이 높아지면서 찬사와 비판을 함께 받는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변호사 출신인 파커는 세계 최고 권위의 보르도 와인 전문가로서 지난 25년 동안 국제 와인 시장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진 파커는 84년 변호사 일을 집어치우고 전업 와인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그에 앞서 78년 자신이 창간한 <와인 애드버케이트> 를 발행하면서 와인 맛을 평가, 1점에서 100점 만점까지 주는 점수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와인>
파커의 와인 점수제도가 주목을 받은 것은 82년산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리뷰였고 이후 그가 매긴 점수는 당해 와인 판매량을 극에서 극으로 달리게 하는 절대적인 바로미터가 됐다.
현재 파커는 자신의 웹사이트, 4판째를 내놓은 <보르도, 소비자 가이드> 와 6판을 찍은 <와인 구입자 가이드> 를 통해 와인을 품평하고 점수를 매기고 있다. 와인> 보르도,>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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