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육인적자원부가 특목고 문제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말은 평준화 기조 하에서 중등교육(중ㆍ고교)의 수월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핵심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설립ㆍ운영에 관한 정책 결정을 내년 6월까지 미루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 당선자의 정책에 따라 현 체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일부 부작용을 빌미로 외국어고를 아예 외국어 전문 학교로 만들지를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번 발표가 있기 전부터 외고 설립을 당분간 금지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많이 흘러나온 바 있다.
다만 설립 목적을 어긴 학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관심들이 많았는데 총체적인 조치를 대선과 총선이 끝난 뒤로 미룬다니,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배려를 나름대로 평가하고 싶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이고 정권에 따라 하루 아침에 달라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시점에 관계없이 정부가 골간이 되는 방향을 발표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현주소는 그런 당위론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합의는커녕 교육의 최종 방향을 결정할 인사와 기관도 구체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룬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과학고의 경우 영재학교로 전환하겠다든가 하는 정책은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견이 아닌가 싶다. 영재가 나이가 들면 과학고에 간다는 전제는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일반 고교의 수월성 향상을 위해 능력에 따른 반 편성을 달리하는 과목 수를 늘리고 구분도 여러 단계로 하겠다는 정책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단순 우열반 편성도 잘 안 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본다. 대선 주자들은 이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토대, 즉 기본 방향이 분명한 교육 공약을 가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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