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서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구청장의 월요편지’ 한통이 떴다. 김도현(64) 전 구청장이 구민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다. 김 전구청장은 지난해 7월 11일 취임하면서 ‘내가 쓰는 예산, 100원도 두렵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후 매주 월요일 편지를 보냈다.
김 전 구청장은 선거 5개월전 그의 부인 정모(58)씨가 주민 9명에게 1만원짜리 간고등어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 당선무효된다.
김 전 구청장은 ‘못 분 색소폰’이란 제목의 글에서 “노래를 못해 늘 미안해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색소폰을 배워 들려주려 했는데 아쉽다”며 “직원들에게 용서와 이해를 빈다”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후 정식 퇴임식에 앞서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난 그는 “법원 판결에 대해 좀 억울하지 않냐”는 질문에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된 일이 굉장히 송구스럽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또한 “마곡지구 워터프론트 조성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강서구를 발전시키려던 당초의 계획을 제대로 추진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1964년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때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하다 제적됐다. 그후 정치에 뛰어들어 문화체육부 차관(1993~1995년)을 지냈고, 15, 16, 17대 총선 때는 연거푸 떨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정치경험과 인생역정을 거친 그가 마지막으로 꽃피울 수 있었던 꿈은 1년여 만에 뜻하지 않게도 ‘간고등어’ 때문에 좌절됐다. 개인적으로도 크나큰 충격이겠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앞으로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간고등어’의 교훈을 명심하길 바란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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