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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41) '롤팩' 최초의 7겹 진공포장 기술… 세계가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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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41) '롤팩' 최초의 7겹 진공포장 기술… 세계가 찬사

입력
2007.10.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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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포장기 업체인 ㈜롤팩의 김금자 대표는 20년 전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김 대표는 사업에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 당시 남편과 동업을 시작하면서 갓 태어난 딸아이를 사과 상자 안에 넣고 일에 몰두했을 정도다.

그는 “그 때 가진 게 없어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사무실이나 공장 없이 좁은 공간을 얻어 피덩이 자식을 상자 안에 눕혀놓고 일을 했다”며 당시를 생각하고는 눈물을 훔쳤다. 김 대표는 “일을 하다가도 아기의 해맑은 눈과 마주칠 때면 괴로움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며 이따금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억척 같은 노력의 결과로 현재의 롤팩이 탄생했다.

롤팩은 진공포장기 분야에서 국내 1위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일류 대접을 받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선정한 ‘세계 일류 상품’에 롤팩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일류 상품이 되기 위해선 세계시장 점유율이 5위 이내 들어야 한다.

롤팩의 성공에는 기술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롤팩은 세계 최초의 7겹 진공포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김 대표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는 “주부들이 대량으로 구입하는 음식 재료들이 많지만 랩이나 지퍼백으로 보관하는 건 한계가 있어 진공포장기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게 가정용 진공포장기다. 진공포장용 필름(비닐봉지)을 끼우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가 진공 포장되는 가정용 진공포장기 ‘푸드가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공포장기 분야에서 세계 특허를 가진 미국 틸리아사가 문제였다. 롤팩은 틸리아사의 제품이 ‘잘못 누르면 터지는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독특한 에어채널방식(진공이 쉽게 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길)을 개발했다.

롤팩은 이 같은 뛰어난 기술로 ‘해외시장에서도 먹힌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 진공포장필름은 가공 후에도 미세한 구멍이 전혀 생기지 않아 음식물용 진공 포장재료로 많이 쓰인다. 롤팩은 필름을 개발하자마자 2001년 마드리드 협정에 근거한 세계 특허를 등록했다.

하지만 당시 김 대표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자금이 없어 제품을 자체 생산할 수도, 마케팅을 할 수도 없었다. 이때 그는 해외시장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대표는 해외에 나가 기술력을 보여주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시 직원 월급으로 줘야 할 500만원을 들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미국 시카고 산업 전시회에 참가했다. 전시회 첫날 부스에 바이어들이 들이닥쳤다.

전시회에 나간다는 소문이 북미지역에 돌면서 일부 바이어들이 롤팩 부스를 직접 찾았던 것이다. 바이어들은 김 대표에게 “전시회 부스를 철수하고 우리와 단독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세계 시장의 98%를 차지했던 미국의 진공포장업체 틸리아사는 즉각 김 대표에게 투자유치를 약속하고 독점물품공급계약을 제의했다.

롤팩의 진공포장필름 기술인 ‘에어 채널’의 기술력을 높이 샀던 것. 김 대표는 이때 기술력만 있다면 세계시장도 석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롤팩은 가정용 진공포장기 ‘푸드가드’와 멀티 압축백인 ‘에어채널백’을 개발, 시장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가정용 진공 포장기 푸드가드는 진공포장필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야채나 과일, 생선 등의 음식물을 담아 푸드가드에 끼우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필름 내부의 공기가 빠지면서 진공 포장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70억원)보다 많은 900만 달러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렸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대부분의 발명가가 그렇듯 그 역시 ‘생활 속의 불편함’에서 힌트를 얻었다. “어떻게 하면 식재료를 더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해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내친 김에 내가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발전했습니다.”

다른 여성 최고경영자처럼 김 대표도 일과 가정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어 그간 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갓 태어난 딸을 데리고 사내 경리업무에서 화물차 운전까지 1인 10역을 해야 했다.

자금 사정이 좋지않아 회사 경영이 힘들어지자 결혼 패물을 모두 팔기도 했다. 또 외국에 보낼 컨테이너 납기일에 맞추기 위해 끼니도 잊은 채 꼬박 36시간을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결혼기념일도 한번 챙겨 보지 못했을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이런 역격을 딛고 일어선 것은 김 대표의 ‘긍정적 마인드’와 ‘도전정신’ 덕분이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일에 자부심을 갖고 羚?이겨낼 수 있었다”며 “가정에 안주하기보다 일단 부딪혀보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으로서, 주부로서 모든걸 포기하고 사업 하나에만 매달려온 김 대표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세계 진공포장 업계에서 1위가 되는 순간까지 멈출 수 없다. 친환경 사업으로 확대해 세계 1위의 기업이 되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주방의 환경 지킴이' 롤팩/ 압축포장지로 세균 차단…고춧가루 2년 이상 안전

두께 0.075㎜짜리 얇은 비닐. 하지만 한 겹이 아니다. 나일론 선상 저밀도 폴리에틸렌 접착층 등 7층 구조로 압착된 포장지다. 김금자 롤팩 대표는 "다른 필름은 3~5겹으로 짜인 반면 에어채널은 7겹 필름을 사용해 완벽한 압축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신선한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최근 부쩍 증가했다"며 "보관 기간도 늘려주고 맛과 향을 똑같이 유지할 수 있는 에어채널 롤&팩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에어채널 롤&팩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세균 억제력을 꼽았다.

그는 "고춧가루를 빻아 에어채널 포장지에 넣어두면 세균을 차단해 2년 이상 상온 보관이 가능해 식품 오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선진국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롤팩은 가정용 진공포장기 보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가정용 진공포장기기 4종(VP 시리즈)을 선보이고 있는 롤팩은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9월 추석을 맞아 저렴한 진공 포장팩을 출시했다. 이는 12만5,000원인 진공포장기 '푸드 가드 VP-3000'을 8만원대로 낮춘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소비자들은 현재 6.6m당 9,000원인 진공 포장팩을 4,000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그는 "가격이 비싸 사용하기 버거워하는 소비자들을 주변에서 종종 봤다"며 "공정을 대폭 개선해 가격부담이 적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롤팩의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푸드가드의 홈페이지를 새롭게 선보이고 이를 기념하는 오픈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 소개와 함께 가정용 진공포장기 푸드가드 및 멀티압축백 에어채널백의 사용법을 보다 알기 쉽게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 디자인 또한 회사(CI)와 제품(BI)의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 고객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밝고 산뜻하게 꾸몄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4계절 제철 음식을 아무 때나 제 맛에 만끽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는 자체 브랜드와 더불어 새로운 주문자상표제작방식(OEM) 제품을 양산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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