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의사와 변호사, 유흥업소 주인 등 고소득 자영업자 가운데 탈세 혐의가 짙은 사람을 지목해 세무조사를 했더니 실제로 번 돈의 절반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2005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세무당국의 첩보망에 걸려든 1,730명을 대상으로 '기획조사'한 결과다. 일부 계층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하나, 정부의 잇단 자영업자 세원 투명성 강화방침을 비웃는 듯한 편법ㆍ탈법적 행태가 여전히 성행하는 것은 개탄스럽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조사대상 기간 중 모두 4조8,000여억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2조4,000여억원만 신고했다. 1인당 소득탈루액은 14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들에게 1인당 평균 5억원을 넘는 총 8,800여억원을 추징했으며, 1차 조사에서 57%선이던 소득탈루율이 5차 땐 47%대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급 유흥업소와 음식점, 스포츠센터 등 기업형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탈루율은 아직도 60%선을 넘나든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독버섯 같은 탈세 행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근로소득자 등 대다수 국민들의 성실납세 의욕을 꺾고 조세저항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배가된다.
흔히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의 소득포착률은 90%에 이른다. 반면 자영업자는 고소득일수록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져 50%선에도 못미치는 현실이다. 공평과세의 원칙이 무너진 곳에서 징세행정은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마찰과 갈등만 낳기 십상이다.
날로 교묘해지는 소득은닉 수법을 따라잡아야 하는 세무당국의 고충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내부의 인적ㆍ제도적 혁신을 강화하며 세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갈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겠지만, 한 국가재정의 기본을 위협하는 일부 계층의 악의적 탈세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의 세금이 한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믿음과 실천은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는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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