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만난 남성과 마약을 함께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성행위를 한 20,30대 여성 37명이 적발됐다. 이들 중 31명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몇몇 유흥업소 종사자를 빼면 대부분 주부 대학생 회사원 등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여성들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이버 홍등가 된 ‘역할대행 사이트’
증권 투자 등으로 돈을 번 회사원 김모(38)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른바 ‘역할 대행 사이트’(돈을 받고 친구ㆍ애인 등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사이트), ‘만남 주선 사이트’등에 “하루 ‘조건 만남’(성행위)에 100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후한 조건에 끌려 김씨를 만난 여성들은 대부분 “기분이 수백배는 더 좋아진다”는 김씨의 권유로 히로뽕을 함께 투약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
김씨와 여성들이 벌인 ‘환각 파티’ 내용은 검찰 수사 관계자들이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환각 상태에서 모르는 남녀 3명 또는 5명끼리 집단 성관계를 맺은 경우도 많았고, 대학생 L(28)씨처럼 자신의 여자 친구를 데려와 상대방 파트너와 바꿔 관계를 맺는 이른바 ‘스와핑’도 이뤄졌다.
김씨와 동시에 성관계를 맺은 여성 중에는 대학생 친자매 2명도 있었고, 한 여대생은 한강 둔치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김씨와 성행위를 하다 이를 엿보던 남성들과 함께 관계를 맺기도 해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상상 이상으로 타락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해외여행, 쇼핑 등 위해 성매매
김씨에게 성을 팔다 적발된 여성들은 모두 37명. 검찰 관계자는 “거의 모두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지녔고, 아버지나 남편이 회사원, 자영업자인 중산층 가정의 20, 30대 여성들”이라며 “생계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해외여행 비용이나 쇼핑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성을 팔았다고 말한 여성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여성들이 성매매 중개 인터넷 사이트에 실명으로 회원 가입을 하고, 돈을 받을 때도 실명 계좌를 이용하는 등 특별한 죄의식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 때문에 마약에 중독된 여성들은 김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줘 고맙다” “이제는 남자친구가 싫어졌다”며 계속 만나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실제 일부 여성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씨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혀를 찼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수창)는 29일 김씨와 대학생 이씨 등 41명을 마약류 관리법과 성매매 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ㆍ약식 기소하고, 이들에게 필로폰을 제공한 휴게텔 업주 김모(34)씨 등 5명을 구속 기소(다른 3명은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 성매매 알선 등 유해 정보가 오가고 있지만 사실상 ‘상시 모니터링’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 및 성매매 등 각종 범법 행위에 대한 적극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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