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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칭기스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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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칭기스칸을 아시나요?

입력
2007.10.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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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느닷없이 칭기즈칸 얘기를 꺼내느냐고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다. 새삼스러운 질문을 해 보고 싶어서다. 칭기즈칸은 몽골인일까, 중국인일까? 참고로 한국 교과서에는 중국사에 나오는 원나라를 건국한 인물로 돼 있다. 중국인들에게 물으면 “칭기즈칸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영웅”이라고 답한다.

중화민족이란 전통의 한족과 현재 중국 국경 안에 거주하는 55개 소수민족을 아울러 새로 만든 개념이다. 소수민족 중에 몽골족이 있으니까 칭기즈칸은 중국인이고, 따라서(?) 몽골사는 중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 100년 동안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가 영국사가 인도사의 일부라고 우기는 꼴이다.

■몽골공화국 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지난달 24, 25일 이틀간 울란바토르에서 한국 고구려연구회와 몽골 역사학자협회 공동 주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목은 ‘역사적 진실과 중국의 역사 기술 문제’. 이 자리에서 몽골 학자들은 하나같이 칭기즈칸은 몽골인이고 원나라 역사는 몽골사라고 강조했다. 서양에서는 어떻게 볼까? 서양 학자들은 12세기 극동에서 중국을 거쳐 동유럽까지를 아우른 제국을 ‘몽골제국(Mongol(ian) Empire)’이라고 부른다. 그럼 원나라는? 몽골제국의 가장 중요한 일부로서 당시 중국은 몽골인의 식민지였다.

■몽골제국은 한족이 독립을 되찾은 뒤(명나라)에도 원래 고향인 몽골고원으로 후퇴해 국가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번 학술대회에 주목하는 이유는 동북공정으로 골치를 앓는 우리로서는 20세기 초부터 그런 위협에 시달려온 몽골의 경험과 대응에서 배울 바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얘기는 20세기 들어 중국에 영토나 역사를 빼앗긴 투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티베트, 베트남 학자들까지 다 함께 모여서 해야 한다. 분한 나라들끼리 공동전선을 펴서 거대 중국에 맞대응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터키는 몽골의 일파인 투르크족(돌궐)을 선조로 보지만 몽골이 원래 자기네 땅이었다거나 몽골사가 터키사의 일부라고 우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금과 인력을 대서 몽골 측과 함께 몽골 지역에 산재한 7~12세기 투르크 유적 발굴ㆍ보전에 힘쓰고 있다. 2004년 3월 발족한 고구려연구재단이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탈바꿈했지만 한중일 중심의 고대사의 틀을 깨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양과 일본 학자들은 이미 그런 작업을 많이 했다. 이제야말로 우리가 나서서 중국의 ‘변방들’과 함께 역사의 진실을 되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때다.

이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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