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에 오른 작가들은 대부분 등단 10년차 미만의 젊은 작가들이다. 이기호, 정이현, 편혜영씨는 1972년생 동갑내기로, 각자 두 번째 소설집을 후보작에 나란히 올렸다. 이들보다 한 살 적은 윤성희씨는 이씨, 편씨와 함께 작년에도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윤씨의 후보작은 그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64년생 천명관씨는 등단 경력으로 보면 여섯 명 중 ‘막내’다. 2004년 장편 <고래> 로 등단했고, 올해 첫 출간한 소설집으로 본심에 합류했다. 나이(48년생), 작품(장편)에서 유난해 보이지만 김훈씨도 ‘신인’을 자처하는 작가다. 95년 장편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이 데뷔작이니 올해로 13년차다. 빗살무늬> 고래>
김씨의 <남한산성> 은 예심위원단에게 심사 대상에 오른 장편 중 독보적인 성취를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병자호란 당시 생존의 극한 상황에 몰린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살아남는 일의 무력감과 비루함을 안쓰럽게 긍정하는 고유의 주제 의식이 절정의 미학적 문장으로 형상화됐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남한산성>
윤씨의 <감기> 는 동세대 작가 중 가장 세련된 구성미를 보여주는 작가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식을 배제한 단출한 문장으로 겹겹의 이야기들을 속도감 있게 꾸려나가면서 마침내 입체적 서사를 완성하는 문학적 재능이 이제 물에 올랐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감기>
이씨는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를 통해 한층 더 나아간 새로운 소설 형식 실험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지지를 얻었다. 탁월한 언어 감각과 유머, 아이러니로 무장한 입담으로 기담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자신의 독자적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이다. 갈팡질팡하다가>
정씨의 <오늘의 거짓말> 은 전작처럼 대도시 여성들의 일상적 풍경을 소재로 진일보한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에 온존하는 ‘거대한 거짓말’을 들추는 한편, 사회적 안정이 과연 여성을 보호하는 울타리인가를 보다 전방위적 삶의 양태 속에서 추적했다는 평이다. 오늘의>
천씨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 는 “한국소설이 알지 못했던 방외의 길을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무국적의 인물과 배경, 낙차 큰 반전을 통해 개인 운명의 부조리를 인상적으로 묘사한 다수의 작품과 함께, 작가 자신의 ‘방외적 삶’의 연원을 그린 자전적 단편 ‘이십세’가 좋은 평가를 받었다. 유쾌한>
편씨의 <사육장 쪽으로> 는 예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건조한 문체, 평면적 구성 만으로 일상의 이면에 도사린 어둠, 파국, 야만의 어두운 세계에 강력한 현실감을 부여해낸 솜씨가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지지를 얻었다. 사육장>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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