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냐 에바 페론이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4) 아르헨티나 상원의원의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지면서 그의 ‘진짜 얼굴’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대선 출구 조사에서 집권 승리당 후보로 출마한 페르난데스 후보는 44.3%의 지지율로 15.7%에 머문 시민연합의 엘리자 카리오 전 하원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세계의 이목은 이제 선거결과 보다 페르난데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에 비견되는 여성 지도자가 될 것인지, 인기에 영합했던 에바 페론 전 대통령의 뒤를 답습할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는 페르난데스 후보가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 경제를 살려 낼 경륜과 자질을 갖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남미 물결을 휩쓸고 있는 중도좌파이면서도 실용주의 노선과 개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는 근거다.
그는 경제회생 방안으로 해외자본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페론 전 대통령이 1940년대 집권기에 외국 자본을 추방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해외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의 남편이기도 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은 적지 않은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회생의 결정적 계기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또 정부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지출을 억제해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연고주의 타파 등도 핵심 공약이다. 포퓰리즘으로 상징되는 페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후보의 과시적이고 자유분방한 취향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지금의 매력적인 외모를 유지하느라 온 몸을 수 차례 성형 수술했고 수시로 보톡스 수술을 받아 ‘보톡스의 여왕’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저택의 방 하나를 고급 신발로 채워놓을 정도로 신발 수집광이어서 ‘남미의 이멜다’라는 또 다른 별명도 있다. 물을 마실 때는 반드시 해외 브랜드 생수를 찾는다. 페론 전 대통령의 과시적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혁을 내걸었던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결국 포퓰리즘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2005년 전력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일반 가정에 에너지를 우선 공급하는 정책을 펴 5,000여 개의 공장이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 10% 포인트 이상 차이를 낼 경우 1차 투표에서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 에바 페론은 누구?
1919년 시골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무작정 상경해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 1943년 당시 육군 대령이던 후안 페론과 결혼했다. 1946년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남편의 후광으로 노동자 처우 개선 등 사회적 약자의 이익 보호를 골자로 하는 '페론주의'를 시행해 노동자, 빈민, 여성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넣었다.
52년 33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죽기 직전 대통령궁 광장에 나와 고별 연설을 하면서 울부짖는 군중들에게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오!(Don't cry for me, Argentina!)"라고 절규한 것은 포퓰리즘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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