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끼리의 맞대결에는 팽팽한 살기가 감돌기 마련이다.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히어로스 서울 대회의 메인이벤트였던 데니스강(30ㆍ캐나다)과 추성훈(32ㆍ일본)의 맞대결이 그랬다. 서로 많은 펀치를 주고받지 않고 신중한 탐색전을 벌였다.
하지만 작고 미묘한 ‘한방’에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1라운드 초반 추성훈이 내뻗은 주먹이 데니스강의 코에 적중했고 얼굴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기세를 탄 추성훈은 야수가 먹잇감을 노리듯 천천히 데니스강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순간 전광석화처럼 내뻗은 스트레이트, 데니스강의 마우스피스는 허공으로 날아갔고 그대로 링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급 최강’끼리 맞붙어 초미의 관심을 모은 데니스강과 추성훈의 맞대결은 타고난 격투 센스를 갖춘 추성훈의 압승으로 끝났다. 추성훈은 대회 마지막 경기로 열린 데니스강과의 경기에서 1라운드 4분45초만에 호쾌한 오른손 훅으로 다운을 빼앗으며 KO승을 거뒀다. 종합격투기 통산 8승1패. 추성훈이 당한 패배는 지난 해 K-1다이너마이트에서 몸에 미끄러운 이물질을 발라 당했던 실격패가 유일하다. 이번 승리로 추성훈은 라이트 헤비급(85kg이하)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재일동포 4세로 한때 유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추성훈은 경기가 끝난 뒤 장내 마이크를 들고 “국민들이 있었기에 힘이 됐다. 대한민국 최고!”라고 외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이태현(31)은 복귀전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기량으로 시원한 승전보를 전했다. 이태현은 이날 제6경기에서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히사(37)에게 일방적인 펀치 세례를 퍼부으며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태현은 지난해 9월 일본 격투기 단체인 ‘프라이드’에서 히카르도 모라에스(브라질)에게 기권패를 당한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진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비운의 유도스타’ 윤동식(35)은 브라질의 파비오 실바를 1회 관절꺾기(암바)승으로 누르고 K-1 히어로서 3연승을 달렸고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샤크’ 김민수(32)는 일본의 미노와 맨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뒤 1회 KO승을 거뒀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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