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구축 계획을 둘러싼 양국 갈등을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에 비유했다.
1962년 10월 소련이 쿠바에 핵 미사일 배치를 계획하면서 발생한 쿠바 미사일 사태는 전 세계를 핵 전쟁과 3차 세계대전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냉전 시대 최대 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포르투갈에서 유럽연합(EU)_러시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술적으로 봤을 때 상황은 매우 유사하며 현재 우리 국경선에도 이 같은 위협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이 소련의 미사일 배치 계획으로 위협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러시아가 미국의 동유럽 MD 계획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소련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사일 기지 계획을 철회했듯이 이번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EU_러시아 정상회담은 깊은 갈등의 골만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우호적 분위기에서 생산적으로 진행됐다고 양측 대표와 EU 관리들이 전했다.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는 연말 선거에 EU의 참관단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당초 예정대로 참관단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마약 밀매와, 철 수출 등 비교적 소규모의 포괄적 동반자 협정 체결에도 실패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장 크게 대립하고 있는 코소보 문제와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 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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