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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장보고서 베껴서 내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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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장보고서 베껴서 내는 공무원

입력
2007.10.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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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무원들이 외국 출장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문서를 베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김기현(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행자부와 여러 시ㆍ도 공무원 16명이 작년 7월 유럽 5개 국을 다녀온 뒤 공동으로 보고서를 냈는데, 그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된 대학생 리포트를 오자까지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경찰 공무원 2명이 출장을 다녀와 작년 12월에 낸 외국 경찰 예산 제도 관련 보고서도 역시 학생 리포트를 베낀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문서를 베낀 사례가 확인되기는 처음이지만 공무원들의 외국 출장 보고서가 대부분 기존 보고서를 짜깁기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참여정부 들어 5년 가까이 혁신을 외쳐왔지만 이런 폐습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데 있다. 한두 주 정도의 공무원 외국 출장은 대부분 한두 곳의 현지 관계자를 형식적으로 만나고 나머지 기간에는 관광을 하는 일정으로 짜여진다.

대개 일정 조정 자체를 아예 여행사에다 맡기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방문하는 기관도 정해져 있다. 심지어 외국의 한 도시에서는 한국 공무원이 걸핏하면 찾아와 일에 방해가 된다며 방문을 사절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무원 조직의 기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공무원 감싸 안기를 무슨 정권 유지의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고집하면서 정원만 마냥 늘려주고 있으니 출장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자세가 우러날 리 만무하다. 공기업의 감사들이 5월에 공금으로 외국에 놀러 다녀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없었다.

각 부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부하 직원 감독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조직은 그래서 대수술이 필요하다. 임기말의 정권에는 기대할 수 없으니 대선 주자로 나선 이들만이라도 기구 및 정원 축소에서부터 공직 기강 확립 방안에 이르기까지 깊이 고민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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