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 24차례 치러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11번 모두 기선을 제압한 팀이 예외 없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 2차전을 내준 팀이 4차전까지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전례도 없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정규시즌 1위팀 SK가 새로운 ‘가을의 전설’에 도전하고 있다. SK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고졸 신인 김광현(19)의 눈부신 역투와 포스트시즌 사상 첫 2경기 연속 선발 전원 안타를 때린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4-0 낙승을 거뒀다. 이로써 SK는 2연패 후 적지서 2연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의 히어로는 김성근 SK 감독이 ‘비장의 히든 카드’로 내민 슈퍼 루키 김광현. 팀 역대 최고 신인 계약금(5억원)을 받고 ‘비룡’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올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오랜만에 몸값을 하며 팀에 천금 같은 승리를 안겼다.
김광현의 선발 맞상대는 올시즌 투수 3관왕에 오른 특급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 올시즌 SK전에서 2완봉승 포함, 4승1패(평균자책점 0.23)의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며 ‘천적’으로 군림한 리오스는 지난 22일 1차전에서도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투구수(99개) 완봉승을 거뒀다.
결과가 뻔한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보였지만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리오스가 3일만 쉬고 나오기 때문에 공이 그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김광현은 7과3분의1이닝동안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리오스를 압도하며 경기 MVP에 올랐다. 9탈삼진은 역대 한국시리즈 최연소 한 경기 최다 기록. 반면 리오스는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9피안타 3실점의 부진 끝에 6회 조기 강판 당했다. 리오스가 한 경기에서 홈런을 2개 맞은 것은 2006년 5월5일 LG전 이후 17개월20여일 만이다.
김광현은 최고 구속 151㎞의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7회까지 매회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두산 타자들을 농락했다. 특히 6회 1사후 이종욱에게 우전안타를 얻어 맞을 때까지 노히트 노런의 역투를 펼쳤다. 김광현은 8회 선두타자 최준석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한 후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SK 타선은 3차전에 이어 이날도 1회부터 선취점을 뽑으며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사 후 김재현의 우중간 2루타와 이호준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SK는 5회 조동화와 김재현이 리오스로부터 연속 타자 홈런(한국시리즈 통산 6번째)을 때려 내 승기를 잡았다. 이어 6회 1사 1ㆍ3루에서 상대 포수 채상병의 패스트볼을 틈타 쐐기점을 뽑았다.
양팀은 27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각각 레이번(SK)과 랜들(두산)을 선발로 내세워 5차전을 벌인다.
이승택기자 lst@hk.co.kr이상준기자 jun@hk.co.kr오미현기자
■ 양팀 감독의 말
"무조건 김광현 덕이다""홈에서 3연패는 없다"
SK 김성근 감독=무조건 김광현 덕에 이겼다. 김광현이 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다. 더불어 노장 클린업 트리오가 페이스를 되찾은 것 같다. 특히 김재현은 예전의 실력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경기가 없던 24일에도 훈련을 자청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했다. 2, 3차전 승리를 예상했는데 1, 2차전 패배 후 내리 승리를 거둬 결과적으로는 계산대로 맞아 들어갔다.
두산 김경문 감독=김광현의 볼이 워낙 좋았다. 대담했고 구속도 예전보다 빨라졌다. 컨트롤까지 잘 돼 타자들이 많이 당황한 것 같다. 7차전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리오스는 한 이닝 정도 덜 던지게 했다. ‘오늘 1안타에 그쳤으니 내일은 1개보다는 더 치겠지’하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준비하겠다. 홈에서 3연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꼭 연패를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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