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말이다. 사람이건 책이던 외형이나 표지를 보고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겉표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됨됨이는 그의 첫 인상에서 느껴지고 책의 성공 여부는 표지 디자인과 제목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렸을 적 읽었던 세계 명작들은 표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책꽂이에 가지런히 고급스럽게 꼽아둘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이 전부였다. 그래도 꼭 읽어야 한다는 책들은 변함없이 사랑을 받았고 책을 하나 끝마칠 때 마다 점점 살쪄가는 나의 정서와 사고에 뿌듯해 하곤 했다.
얼마 전 대형 서점에 갔을 때 많은 가짓수의 책들을 보고 나는 질려버렸다. 선천적 쇼핑 욕구 결핍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그 많은 책들 사이를 어떻게 뒤져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관련된 책을 구입해야 했기에 해당 판매대에 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을 하나 골랐다. 이 선택법을 인정해줄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시간의 제약을 받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도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도박의 결과를 알아보는 것도 책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휴대폰도 기능보다, 자가용도 성능보다, 노트북 역시 사양보다 디자인을 기준으로 구입한 나는 책도 이런 기준으로 구입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안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취향은 상품을 떠나서 사람을 대할 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득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이라면 나는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표지를 보고 판단하는, 해서는 안 되는 아주 기초적인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나?
앞으로 답을 계속 찾아봐야겠지만 나는 당분간 나의 눈을 사로잡을 책을 찾아 서점으로 향할 것 같다.
태인영ㆍ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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